[포럼] 우리는 진정 최첨단 전자정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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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우리는 진정 최첨단 전자정부인가

   
입력 2019-04-15 18:15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얼마 전 미국 모 대학에 방문교수 지원서류를 송부하는 과정에서 겪은 일이다. 우리나라는 이른바 전자정부시스템을 이용해 인터넷으로 편리하게, 그것도 무료로 동반가족 증명에 필요한 영문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을 수 있다. 이렇게 무료로 증명서를 발급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최첨단 인터넷국가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전자정부24 홈페이지에 접속해 영문 주민등록등본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영문등본의 경우 신청인의 영문철자 데이터베이스 확인이 필요해 해당 주소지 주민센터 담당자의 확인을 거쳐야 한다는 이유로 대략 세 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인터넷으로 발급해주는 취지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주민센터에 직접 가서 발급받을까 생각도 했지만, 다른 일도 많았기에 인터넷 발급을 신청하고 기다렸다.
그런데 예정된 세 시간을 훨씬 넘겨 다섯 시간이나 지났는데도 모니터 화면에는 '처리 중'으로만 되어 있고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주민센터로 직접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주소지 주민센터에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해 봤더니 담당자는 신청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지 "죄송하다"고 말하며 5분 만에 발급해 주었다. 상황이 이렇다면 인터넷 신청 후 세 시간까지 기다리게 할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담당자의 성실성에 따라 신속한 발급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전자정부시스템의 생명은 문서발급의 전자적 처리에 있어 신속성과 신뢰성이 부여돼야 의미가 있다.

그런데 실제로 경험해 보니 담당자는 신청된 사실조차 확인 못하고 있고, 신청자의 전화를 받고서야 비로소 발급해 주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렇다면 현재의 전자정부시스템은 이름에 걸맞게 활성화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신속한 발급이 행해지고 있는데 어쩌다 보니 나의 경우만 늦어진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급히 필요한 사람에게 복불복으로 늦게 발급되는 경우가 있다면 비록 드문 경우라도 이는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전자정부에 대한 설명을 보면, 전자정부란 정부조직 내외의 지식과 정보를 전자적으로 체계화해 정부조직을 능률적으로 관리하고 국민들에게 신속하고 능률적인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를 말한다. 즉, 정보기술을 이용해 행정업무를 혁신하고 국민에 대해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지식정보사회의 정부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컴퓨터와 초고속정보통신망을 통해 행정사무의 자동화와 대민서비스를 신속히, 그리고 적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화된 정부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전자정부는 현재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각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찌감치 2000년대 초부터 행정사무 전산화에 박차를 가하여 전자정부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조직 내부의 행정정보화가 이뤄졌고 행정수요자에 대해 전자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전자정부시스템을 통해 민원인들이 행정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인터넷통신망을 통해 민원을 신청하거나 문의하고 상담하여 민원처리결과를 신속·정확하게 받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영문 증명서류 하나 조금 늦게 발급받았다고 전자정부시스템의 효율성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차피 컴퓨터 전산망에서 발급되는 시스템이라면 한글이든 영문이든 구별없이 신속히 처리되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영문이라는 이유로 이를 담당자가 굳이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시스템이라면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담당자가 이를 신속히 처리하지 못하고 몇시간이고 방치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더욱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전자정부시스템의 운영에 있어 이와 같은 세밀한 부분에 대해서도 더욱 철저히 신경써 운영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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