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은평구 걷고싶은거리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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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은평구 걷고싶은거리를 가다

이호승 기자   yos547@
입력 2019-04-17 18:02
디지털타임스 연중캠페인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자문위원과 취재진, 은평구청 관계자가 서울 은평구 역촌동 걷고싶은거리 상권을 둘러보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글 싣는 순서

1부. 풀뿌리상권이 경제 근간이다

2부. 풀뿌리상권 현장을 가다

2 은평구 걷고싶은거리, 로데오거리

3부. 희망의 노래를 부르자


상권 정밀진단

<걷고싶은거리>


- 생활업종에 집중… 외부고객에 매력적 상권 아냐

- 업종 분산돼 집중도 하락, 고객 유입까지 어려움

- 활성화 찬반 갈려 區 차원 자구책 마련 첩첩산중

<로데오거리>

- 인근 구파발의 복합쇼핑몰에 손님 뺏겨 한산

- 통일성 떨어지는 음식점·주점 가장 큰 문제

- 공영주차장 마련 등 '머무를 유인책' 우선시

차량도 사람도 뜸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응암역 인근의 은평구 역촌동 '걷고 싶은 거리'의 모습이다. 거리는 은평 이마트 뒷편 왕복 2차로 도로를 끼고 약 600m가량 이어져 있다. 2차로 도로 양편으로 세탁소·지물포·영양원·학원·편의점·반찬가게·청과물가게·술집 등이 즐비했다.

각 가게들은 자신들의 다양한 인테리어로 무장한 채 고객을 기다렸지만, 아쉽게도 손님의 모습을 찾기는 힘들었다.

"죽었다고 하기는 그렇고, 쇠락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디지털타임스의 연중 캠페인 '풀뿌리상권 살려내자'의 '디따 해결사' 박경환 자문위원(한누리창업연구소장)의 말이다. 디지털타임스가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을 살려내기 위해 시작한 캠페인이 호평 속에 1부를 끝내고 2부 본게임을 시작한다.

2부 현장 탐방은 우선 디지털타임스 자문위원, 지자체 담당자들과 함께 풀뿌리 상권 현장 탐방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문위원의 꼼꼼한 현장 점검이 끝나면 이를 놓고 자문단의 검토를 거쳐 상권을 살려낼 묘안을 짜내는 수순으로 진행된다.


풀뿌리상권 희망의 답을 찾는 첫 시작은 서울 은평구의 두 곳이 선정됐다. 역촌동 '걷고 싶은 거리'와 연신내역 부근 '로데오거리'가 그 곳이다. 모두 은평구 주요 상권으로 꼽히는 곳이다. 구청의 지원도 적지 않았던 곳이다.

어떻게 하면 이 곳을 과거보다 더 각광받는 상권으로 바꿀 것인가. 취재진과 함께한 박 위원은 매서운 눈빛으로 거리 곳곳을 살폈다.

"쉽지 않아 보입니다. 상권 업종이 생활업종에 집중돼 있어 타 지역 고객들에게 매력적인 상권이 아닙니다. 업종이 너무 분산된 것도 문제입니다. 특별히 잘되는 곳도 없고, 유명 맛집도 없어요." 골목을 살피던 박 위원의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구 역시 이를 모르지 않았다.

'걷고싶은거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상권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점주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아 난감해하고 있다.

은평구청의 한 관계자는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려 해도 점주들의 찬반이 비등해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기 쉽지 않다. 인위적인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지 말라는 반대쪽 여론과 구청에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는 찬성 여론이 엇비슷해 손을 못 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점주들이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점주들도 나름대로 상권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다.

청과물 가게를 운영 중인 김상영(63) 사장은 상인연합회 또는 협동조합을 조직하는 방식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었다.

김 사장은 "은평 이마트가 들어선 이후 상권이 몰락했지만, 거리 군데군데 젊은 점주들이 들어오고, 젊은이들이 찾는 가게가 들어서면서 조금씩 상권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몇몇 상점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는 등 상권이 살아날 기미를 보여 상점가조합 조직을 추진했지만, 제도적인 제약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상점가조합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2000㎡ 이내일 경우 30개 점포 이상의 참여가 필요한데 '걷고싶은거리'의 경우 면적이 6000㎡를 넘는 데다 상점들의 수가 117개에 달하는 등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상점가조합을 조직하면 구청이나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조직이 불가능해 시행령 개정 없이는 지원을 받을 수가 없다.

김 사장은 상인연합회를 조직하기 위해 점주 115명의 서명을 받았다. '걷고싶은거리' 전체 점주의 90% 가량이지만, 기준을 충족할 수 없어 어깨가 한없이 무겁다.

김 사장은 "우리 자영업자들은 다 끝났다. 우리가 없어도 불편할 사람은 없고 우리를 대신할 대형점포, 대형마트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젊은이들의 발길이 닿는다면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도 먹고살기가 나쁘지는 않을텐데 아무리 소리를 쳐도 젊은이들은 오질 않는다. 제도, 법령에서 소외된 자영업자들에 대한 구제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김 사장과 인터뷰를 마친 뒤 '걷고싶은거리'를 되짚어 나오면서 박 자문위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박 자문위원은 "이 거리를 활성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먹거리 상권도 아니고 생활업종이 집중돼 있는 데다,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업종 변경을 설득해야 하는데 업종변경 제안 등을 점주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 자문위원과 취재팀은 '걷고싶은거리'를 벗어나 연신내역 부근의 '로데오거리'를 찾았다.

연신내역 로데오거리도 상황은 '걷고싶은거리'와 비슷했다. 연신내역 6·7번 출입구 주변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로데오거리는 양분화 돼 있었다. 연신내역 6·7번 출입구와 도보로 2~3분 거리에 밀집돼 있는 음식점·주점들은 사정이 나아 보였지만, 연신내역 6번 출구에서 불과 200m 떨어진 맥도날드 연신내점 옆으로 뚫려 있는 거리는 한산했다. 간혹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이 눈에 띄었지만, 거리 양 옆의 상점들에 눈길을 보내진 않은 채 바삐 걸음을 옮겼다.

다짜고짜 골목 중간쯤에 위치한 삼계탕집의 문을 열고 점주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웅추삼계탕을 올해로 17년째 운영 중이라는 김진용 대표는 로데오거리가 경기도 일산의 로데오거리가 활성화된 이후 연신내 로데오거리의 쇠퇴기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한때 번창했던 옷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섰을 거리에선 옷가게를 찾기 어려웠다. 의류상점 한 곳을 제외하고는 통일성·일관성이 떨어지는 음식점·주점들이 빼곡히 들어섰지만, 거리를 찾는 손님들은 드물었다. 김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한 1시간 동안 김 대표의 삼계탕집을 찾은 손님은 두 명이 전부였다.

김 대표는 "구파발 인근의 주민들이 많이 찾았지만, 구파발역 일대가 개발되면서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제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학생밖에 없다. 저녁에는 술 드시러 오는 손님들이 제법 있었지만, 공영주차장이 없고 주차가 어려우니 그런 손님들도 발길을 끊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구파발의 롯데몰이나 경기 고양시 스타필드가 생겨서 이곳 상권이 죽었다는 핑계 말고는 댈 핑계가 없다. 학생들이 많아 유동인구는 꽤 되지만, 학생들도 절대 다수가 이곳을 지나칠 뿐 스타필드나 롯데몰을 찾는다"고 말했다.

연신내 로데오거리의 활성화 방안을 묻는 질문에 김 대표는 "주차장이 1순위다. 이곳에서 상점을 하는 모든 점주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기다. 주차장이 없으니 연인은 물론 가족단위 고객들도 이곳을 찾지 않는다. 거의 매년 조류독감이 발생해 타격을 받았는데, 지난 겨울에는 조류독감이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때보다도 매출이 나오지 않았다.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신내역 일대 상점들이 비슷하게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점검을 마치고 돌아오는 박 위원의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만큼 그의 고심도 깊은 것이다.

이호승기자 yos54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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