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4차산업혁명에서 2등 하면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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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4차산업혁명에서 2등 하면 망한다

   
입력 2019-04-17 18:02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세상을 바꿀 4차산업혁명이 5G 개통을 계기로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국이 세계 최초 5G 개통의 타이틀을 달았지만 찜찜하다. 5G 얼리어답터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기지국도, 서비스도, 콘텐츠도 부족한 상태에서 명분에 떠밀려 조기개통을 서두르다 부메랑효과를 맞고 있다. 첨단서비스에서 '최초'보다는 '최고'를 노려야 진정한 승자인데, 한국은 '최초'라는 이벤트에만 강하고 '최고'가 되는 실전에 너무 취약했다.


세계 스마트폰 판매 1위인 삼성전자의 시총이 중국의 SNS 콘텐츠업체인 텐센트 시총의 60~70%에도 못 미치는 것을 두렵게 봐야한다. 더 이상 스마트폰 잘 만든다고 IT강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은 그릇 만드는 데만 집중하다 그릇에 담길 콘텐츠와 플랫폼에서는 후발로 뒤처졌다.
제조시대와 정보시대에서의 성공 경험이 네트워크시대에 한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제조시대에는 큰 것이 작은 것을 먹었고, 정보시대에는 빠른 것이 느린 것을 먹었지만 네트워크시대에는 친구 많은 놈이 친구 적은 놈을, 큰 놈을, 빠른 놈을 먹어 치운다는 것을 한국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ICT강국이라는 옛 영화에 취해 'Data-ICT'로 넘어가는 4차혁명시대에 계속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패러다임 쉬프트에 대응 못하면 가마솥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죽어간다. 한국의 전통제조업은 한국을 떠나고 있고, 중국으로 갔던 전통제조업도 중국기업의 굴기에 당해 사정없이 퇴출당하고 있다. 이제 3차산업혁명에서 중국에 밀리는 한국, 4차산업혁명에 명운을 걸어야 한다.

그런데 AI(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로봇 같은 4차혁명기술과 공유경제에서 한국은 미국이나 심지어 중국보다도 제품, 서비스, 기술 어느 것 하나 앞서가는 것이 없어 보이는 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천하태평이다. 신서비스 도입에 조금만 이해다툼이 있어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두루뭉술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어설픈 결론만 내고 국민세금으로 입막음이나 하고 있다.


한국은 4차산업혁명을 하기 전에 먼저 처절한 자기혁명부터 해야 할 것 같다. 한국은 4차혁명에서 선진국에 뒤지고 있는데도 처절한 반성과 이를 극복할 전략보다는 국내경쟁사들끼리의 땅따먹기 경쟁에 혈안이 되어 있다. 5G서비스만 해도 융합의 시대에 기지국은 공유해 초기투자비를 줄이는 대신 서비스와 콘텐츠에서 경쟁해 세계 최고가 되면 좋겠는데, 서로 피 터지게 하드웨어 투자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상이 뒤집어질 4차혁명을 골목대장, 동네 구멍가게의 시각으로 만들면 안된다. 베껴서는 2등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1등을 넘어서지 못한다. 4차혁명시대에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4차혁명 신사유람단이라도 만들어 미국과 중국 독일에 가서 제대로 보고, 듣고, 느껴보고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 독일이 하지 않는 것, 못하는 것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한국의 4차산업혁명 전략은 다른 나라 것 복사한 정도이지 한국의 강점이 돋보이는 그런 게 안보인다.

전 세계가 4차산업혁명의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4차산업혁명은 이젠 속도의 싸움이고 서비스품질의 싸움이다. 정책도, 기술도, 서비스도 2등 하면 망한다. 그러나 서두르면 실수한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위기극복의 노하우중에 '우직지계'(迂直之計)가 있다. 가까운 길을 먼 길인듯 가는 방법을 적보다 먼저 아는 자가 승리를 거두게 된다는 것이다. 상대방보다 늦게 출발하고서도 먼저 도달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은 전쟁이다. 힘과 지혜의 싸움인 전쟁에서 우직지계는 상식적인 사고를 뒤집어 생각해보는 것이다. 미국 중국 독일 등 선진국보다 뒤진 한국, 3차산업혁명에서 만들었던 한강의 기적을 우직지계를 통해 4차산업혁명에서도 다시 재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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