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功遂身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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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여담] 功遂身退

박영서 기자   pys@
입력 2019-04-18 17:57



功遂身退(공수신퇴)공 공, 이룰 수, 몸 신, 물러날 퇴. 공을 이루고 나면 이내 물러나야 한다는 뜻이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 제9장에서 유래한 말이다. 여기에 '금은보화가 집에 넘쳐나 그것을 지키는 것만도 어려운 일인데, 부귀해지려는 마음에 교만하여 욕심을 부리는 것은 스스로에게 화를 부르는 것이다. 공을 이루면 몸소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이다'(金玉滿堂, 莫之能守, 富貴而驕, 自遺其咎, 功成名遂身退, 天之道)라는 구절이 있다. 이 말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다 갖고 있던 것을 잃을 수 있다. 더 이상 욕심내지 말라'는 타이름이다. 노자는 사람이 조금 가지면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 탐욕의 습성을 날카롭게 경고하고 있다.
'공을 세우면 물러난다'는 말 자체는 쉽다. 세상의 모든 것은 때가 되면 저절로 이루어지고, 그 이룸을 마치면 물러나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행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예로부터 많은 뛰어난 인물들이 이렇게 하지 못해 화를 입었다. 사람은 소유와 권력을 더 많이, 더 오래 유지하려고 한다. 욕망을 통제하지 못해 교만을 부리다가 결국 추락하게 된다.


'임실치즈의 아버지'로 불렸던 지정환 신부(벨기에 명 디디에 세스테벤스)가 지난 13일 향년 88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한국에 와 농민들의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했다. 마침내 1967년 전북 임실에 우리나라 최초의 치즈공장을 세워 '김치의 나라'에서 '치즈의 기적'을 일궈냈다. 고인이 생전 좋아했던 말이 '공수신퇴'다. 고인은 목표했던 치즈 생산을 이루자, 아무런 대가 없이 임실치즈공장을 주민협동조합으로 변경한 뒤 운영권·소유권을 조합에 전부 넘겼다. '공수신퇴'를 몸으로 실행한 것이다. 한국 사람보다 한국을 더 사랑했던 지 신부는 한국 땅에 묻혔다. 박수칠 때 스스로 물러나는 깊고 넓은 마음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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