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잘못된 제도가 경제를 망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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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잘못된 제도가 경제를 망치고 있다

   
입력 2019-04-18 17:57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경제성장의 원인이 무엇인가는 경제학의 오래된 연구과제다. 선진국은 왜 부자나라가 되었고 개발도상국은 왜 빈곤한 국가로 남아 있는가에 대해 MIT 대학의 에쓰모글루(Daron Acemoglu)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저서에서 제도의 선택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선진국은 제도로 인한 이익이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포용적 제도를 구축해 기술혁신이 활발해지면서 부유한 국가가 되었고 빈곤한 나라는 제도의 이익을 특정집단이 독식하는 착취적 제도를 만들면서 빈국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우리경제는 그동안 높은 성장률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 들어 2% 대의 저성장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실업과 부실기업이 늘어나고 있으며 집값과 부동산가격 또한 크게 올라 부의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저성장에 소득과 부의 불평등 심화는 한국경제 미래에 대한 비관론을 확산시키는 주된 요인이다. 한국경제가 지금과 같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잘못된 제도가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혁신이 일어나야 하는데 기존의 제도에서 혜택을 본 많은 이익집단들이 국가의 이익보다 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면서 규제개혁과 같은 각종 제도개선 활동을 막고 있다. 이 때문에 신기술개발을 비롯한 각종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저성장의 함정에 빠지게 된 것이다.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도 제도와 연관이 있다. 부동산가격 안정은 한국경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이 지금과 같이 오르게 되면 부의 불평등이 심화할 뿐만 아니라 주거비용이 오르면서 임금 또한 높아지게 되어 수출경쟁력을 낮춘다. 소득의 불평등은 경기가 회복되거나 조세정책으로 그 격차를 줄일 수 있으나 집값과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초래된 부의 불평등은 그 규모가 커서 격차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집값이 이렇게 크게 상승한 원인은 2주택 보유 시에는 50%에 가까운 세금을 부과하면서 1주택에 대해서는 아무리 고액의 양도차익을 얻어도 소득세를 거의 부과하지 않는 현행 제도 때문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제도 때문에 고가의 1주택 수요는 더욱 늘어나면서 부의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제도도 문제다. 조세의 형평성에 따라 모든 소득에 대해 과세해야 하나 현행제도는 대주주에게는 과세하지만 대주주가 아닌 소액주주에게는 고액의 양도차익에도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잘못된 제도가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이는 사회주의의 유혹을 높인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도 마찬가지다. 일본과 미국은 경유차의 비중이 3% 정도에 불과한데 우리는 50%에 가깝고 수입차의 70%가 경유차다. 경유가격과 경유차량에 세금혜택을 주는 잘못된 제도 때문에 국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으며 후생이 감소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려면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혁신과 신기술개발을 가로막는 각종 불필요한 규제제도를 철폐하고 1주택이라도 고액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다주택자와 같은 수준의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 그리고 일정금액 이상의 높은 주식양도차익이 있는 경우에도 대주주에게 부과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양도소득세를 징수할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경유차에 각종 혜택을 주는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제도는 정부와 국회가 시행령과 법을 통해 만든다. 제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기존의 제도로 혜택을 보는 이익집단이 로비를 통해 이들을 포획(capture)해서 제도개선을 막기 때문이다. 정책당국과 국회는 이익집단의 로비를 극복하고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 한국경제를 지금의 저성장과 불평등의 함정에서, 그리고 확산되는 비관론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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