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이호승 기자] 미국이 이란산 원유의 수입을 전면 금지할 것으로 알려지자 국내 정유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조치로 국제 유가가 상승할 경우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오는 5월2일자로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의 한시적 예외를 인정했던 한국 등 8개국에 대한 예외 연장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유업계 실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오전 이 같은 내용을 언론에 발표할 것으로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한국의 경우 8개국 중 중국·인도와 달리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조치가 국제 유가를 전체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고, 이는 국내 정유사들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켜 수익성을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미국이 이란산 원유의 전면 수입 금지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자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2.05% 오른 배럴당 65.31달러까지 상승했고,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6월물 브렌트유 가격도 전 거래일보다 1.97% 상승한 배럴당 73.39달러에 형성됐다.
국제 유가가 상승할 경우 국내 정유사들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은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비용을 뺀 것)의 등락과 직결되는데, 지난 1월 1달러대까지 떨어진 싱가포르 두바이유 복합정제마진은 3월 4달러대를 회복했을 뿐 크게 오를 가능성이 낮다.
특히 최근 국제 유가 상승세는 원유 소비가 늘어서라기 보다는 공급이 줄어들었기 때문인데, 이 경우 정제 마진이 크게 오르기는 어려워 손익 분기점인 4~5달러대를 넘어서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완화에 따른 원가경쟁력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석유 소비가 늘어나는 '드라이빙 시즌'으로 접어들었지만, 오히려 정유사들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이호승기자 yos54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