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래육성 3대산업' 발표에
조만간 중·장기 계획 내놓을듯
5나노 공정 기술 경쟁력 기반
파운드리 생태계 조성 잰걸음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문재인 정부가 '미래 육성 3대 산업'으로 비메모리 반도체를 지목하면서, 업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의 '통 큰 투자'가 조만간 나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 역시 오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에서도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내놓은 만큼, 정부의 정책 방향이 나오는 대로 생태계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중·장기 계획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조만간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와 상생 생태계 조성 등을 위한 종합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청와대와 정부가 '비메모리 반도체'를 3대 중점 육성 산업의 한 축으로 낙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최근 EUV(극자외선) 기술을 기반으로 한 5나노(㎚·머리카락 10만분의 1 굵기) 공정 개발에 성공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경쟁력을 갖춘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강소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최근 5나노 공정 개발 발표 당시 "파운드리 사업은 반도체 장비, 소재, 디자인, 패키징, 테스트 등 다양한 전문 업체들이 함께 성장해야 하므로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크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이는 파운드리를 주축으로 한 비메모리 생태계 조성을 위해 삼성전자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최근 정부에서도 주목하는 성장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부문의 한국 기업 점유율은 약 60%에 달하고 있으나, 시스템반도체 등 비메모리 부문에서는 3~4% 수준에 그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지난 2012~2017년에 비메모리 부문 시장 점유율이 5.0%에서 3.4%로 오히려 떨어지면서 중국(2.2%→4.0%)에도 역전을 허용하는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뜻도 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조직 개편을 하고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파운드리팀을 떼어내 '파운드리 사업부'를 신설했고, 그 결과 관련 시장 점유율을 2017년 말 6.72%에서 지난 1분기 말 기준 19.1%까지 끌어올리며 업계 2위 자리를 굳혔다. 이 부회장 역시 지난 2월 여당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시스템반도체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관련 생태계 조성이 필수라는 것이 업계 주요 인사들의 지적이다. 비메모리 부문의 핵심인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제품 종류가 8000여종에 달해 설계와 제조, 패키징, 테스트 등 특화 업체들의 분업이 필요하고, 장비·소재와 소프트웨어, 디자인 하우스 등 연관 산업도 다양해 이들이 유기적으로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파운드리 지원 프로그램인 'SAFE TM(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을 비롯해, 공정 설계 키트와 자동화 설계 툴 등 다양한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강소 반도체 설계기업 등의 육성을 위한 민관 공동 투자와 규제완화 등이 이어지면 선순환 생태계가 갖춰진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 등 비메모리의 경우 메모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맞춤형 주문이 많고, 가전과 자동차 등 다양한 수요 산업과의 유기적인 연계가 필요한 만큼 중·장기적인 생태계 육성 방안이 필요하다"며 "비메모리 클러스터와 같은 정부의 지원정책이 이어진다면 산업 육성 시기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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