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저렴한 가격에 높은 효율을 지니면서 재활용까지 가능한 '만능 촉매'를 개발했다. 앞으로 수소생산은 물론 화학공장이나 에너지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적인 촉매로 널리 쓰일 전망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단장 현택환) 연구팀은 남기태 서울대 교수, 김형준 KAIST 교수팀과 공동으로 불균일 촉매와 균일 촉매의 장점만 결합해 높은 효율, 낮은 가격, 친환경, 재활용 등 전천후 기능을 지닌 촉매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현재 주로 쓰이는 균일 촉매는 효율이 높지만, 재활용이 어려워 친환경적이지 못하다. 이에 반해 불균일 촉매는 재활용이 가능하고 저렴하지만 효율이 낮은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광촉매로 쓰이는 이산화티타늄 나노입자 위에 구리 원자를 올려 인체 효소처럼 작동하는 단원자의 구리·이산화티타늄 촉매를 개발했다. 이 촉매에 빛을 가하면 구리와 이산화티타늄이 상호 전자를 주고받는 상호작용을 진행하고, 구조를 변화시켜 효소와 유사하게 촉매반응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과정에서 구리 단원자가 촉매 효율을 더 높이는 역할을 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촉매를 광합성 수소생산 반응에 적용한 결과, 전달받은 빛에너지의 40% 이상을 수소 전환에 사용하는 뛰어난 생산효능을 보였다. 이는 지금까지 가장 효율이 좋은 값비싼 백금·이산화티타늄 광촉매와 비슷한 효율을 보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특히 값비싼 백금 대신 구리를 사용해 경제성을 높이고, 수소생산 반응에 쓰인 불균일 촉매를 다시 회수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어 폐촉매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택환 나노입자연구단장은 "가장 이상적인 촉매인 효소와 유사하게 작동하는 불균일 촉매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하고, 불균일 촉매의 가장 큰 단점인 낮은 효율을 해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상온·상압에서 안정적이고, 높은 효율로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를 값싸게 생산하는 촉매로 널리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재료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네이처 머터리얼스(23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연구팀이 이산화티타늄 나노입자 위에 구리원자를 올려 효소처럼 작동해 높은 효율, 낮은 가격, 친환경성을 구현하도록 개발한 '단원자 구리·이산화티타늄 촉매'의 설계 과정도.
IBS 제공
현택환 IBS 나노입자연구단장(왼쪽 첫번째), 남기태 서울대 교수(왼쪽 네번째),박사과정생들이 '단원자 구리·이산화티타늄 촉매'를 활용한 실험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