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3일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하지 않겠다"면서 정치은퇴 의사를 재확인했다. 유 이사장은 또 "(대통령선거 여론조사에서) 처음보다 순위가 내려가 있어 다행이고 안심"이라며 "계속 내려가서 사라져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신수동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 달 열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식 행사 준비상황과 노무현시민센터 건립계획 등을 설명했다. 간담회에서는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식 행사만큼이나 유 이사장의 정치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유 이사장은 앞서 여러 차례 더 이상 정치에 뜻이 없다는 생각을 밝혔으나 여전히 대선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유 이사장은 "여론조사에서 제 이름을 빼달라고 했는데, 빼주는 언론사도 있는 것 같고 계속 넣는 언론사도 있더라"며 "(정계 복귀를 하지 않겠다고) 말씀을 드려도 안 믿어주면 말로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인 '알릴레오' 등에서 정치적 현안과 관련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주변에서는 유 이사장이 사실상 정치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유 이사장은 이날 간담회를 빌어 정계와 다시 선을 그었다. 유 이사장은 "국가권력의 기능과 작동 방식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개별적·집단적 활동이 정치라고 보면, '알릴레오'도 정치가 맞다. 저는 이 정치를 수십 년 동안 해왔고, 죽을 때까지 할 것"이라며 "그러나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조금 다르다. 제가 직접 국가권력을 잡아서 그 기능과 작동 방식을 바꾸려는 시도는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가르마를 탔다. 유 이사장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TV홍카콜라'와 공동 방송도 추진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저희가 먼저 제안했고, 홍카콜라 측에서 해보자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한번 대화해서 공감을 이루거나 합의를 얻어내지 못하더라도 평소 의견을 달리 하는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한 번으로 부족하면 두 번, 세 번 대화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고 공동방송을 기획한 이유를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과 관련해서는 "포괄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민주주의의 위기는 많이 해소돼 안정기로 접어들었다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서민 경제의 위기는 아직 해결하지 못했지만, 계속 해결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고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표어를 '새로운 노무현'이라고 정했다고 소개했다. 추모행사로는 △김대중도서관과의 공동학술회의 △서울 남산 둘레길 걷기 △봉하마을 어린이날 행사 △권역별 시민문화제 △추도식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노무현재단은 또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 '노무현시민센터'를 건립하기로 하고, 다음 달 2일부터 100억원을 목표로 건축모금 캠페인을 시작할 예정이다. 노무현시민센터는 오는 6월 착공해 2021년 개관한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3일 서울 마포구 노무현재단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준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