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4대강 洑 해체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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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칼럼] 4대강 洑 해체 코미디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19-04-23 18:11

이규화 논설실장


이규화 논설실장
물 전쟁이 벌어졌다. 4대강 보(洑) 가운데 금강 세종보와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를 정부가 해체하겠다고 하자 강 유역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멀쩡한 보를 왜 부수냐는 거다. "정신나간 거 아니냐"는 말도 한다. 농업용수는 물론 가뭄이 들면 강에서 먹는 물을 확보해야 하는 주민들이기에 '보 해체는 생존의 문제'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최종 해체여부는 6월 결정된다. 물 전쟁, 보 전쟁을 보며 한강을 생각했다. 이 전쟁의 해법은 한강에 있다.


한 번 상상해보라. 물로 그득한 지금의 한강과 수역(水域)이 쪼그라들어 강바닥과 뻘, 모래톱이 드러난 한강 중 어느 것을 원하는가. 물이 적어 쉽게 오염되는 한강은 악취가 진동할 것이다. 그런 한강을 좋아할 서울시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보가 형성하는 4대강 수량은 한강이 서울시민들에게 베푸는 수많은 편익과 같은 것을 강유역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보를 해체하려면 서울 한강 물부터 빼라"는 강유역 주민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3개 보 해체를 제안한 환경부의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경제성 평가, 수질·생태, 이수와 치수, 지역민들의 인식, 보 안전성 등 14개 지표를 토대로 분석했다고 한다. 결과는 보 유지 편익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드니 보를 해체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물을 가둬둠으로써 녹조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생태환경적 건강성을 지키기 위해 보를 해체해야 한다는 점도 내세웠다. 그런데, 사실 보 해체 결정에서 보의 편익 계산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른 계산결과가 얼마든지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태환경적 요소와 지역민 인식이 중요한데, 위원회는 생태환경적 측면을 편향적으로 평가했고 반대하는 지역민의 여론은 중시하지 않았다.

보 해체 결정에서 수량(水量)은 주요 고려요소다. 보 해체를 주장하는 정부는 수량이 적어야 강의 뻘과 모래톱이 드러나 생태적으로 건강하다고 한다. 보 유지 쪽 주장은 강에 수량이 풍부해야 수생생태계가 풍부해진다고 한다. 생태적으로 어느 쪽이 맞는지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이 경우 보 운영 역사가 깊은 선진국의 예에서 배울 수 있다. 이들은 후자를 택했다.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수자원개발 선진국들은 한 강에 보통 수십 개 이상의 보를 설치하고 수량을 풍부한 상태로 유지한다. 풍부한 수량은 오염원을 희석시킨다. 오염 단위가 ppm인 것만 봐도 수량은 오염 정도를 결정하는데 절대적 변수다. 경제적 생태적으로 보를 부수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음이 자명해지는 것이다.



다른 요소를 모두 배제하고 강에 물이 많은 것이 좋다는 점은 누구나 생래적으로 갖는 인식이다. 수량이 풍부한 강이 주는 경관적 심리적 가치는 산술적으로 따질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를테면 땅을 파고 물을 들여 호수를 일부러 만드는 이유가 보를 해체하지 않고 물을 채워야 하는 바로 그 이유다. 강에 물이 말라 개천으로 변한 모습을 보고 아름답다고 할 이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보 해체를 고집하는가. 정신이 온전한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기에 '전 정부 치적을 폄훼하고 지우기 위해서'라는 설명 밖에 할 수 없게 된다. 강유역 주민들과 자유한국당이 보 해체에 극렬 반대하는 것도 맨정신과 판단력을 갖고 있는 이라면 보 해체를 이해할 수가 없어서다. 전 정부가 미워 국가시설을 파괴하는 행위는 정색을 하고 대응하면 이해가 안 된다. 단순히 코미디로 치부하는 게 속 편하다.

마침내 시민단체들은 이념에 매몰돼 보를 파괴하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보 파괴는 민심에 반하고 인간 본성에 거역하는 일이다. 물이 없고 메말라 악취만 나는 강을 찾을 이도 없거니와 그런 강을 친환경적이라고 할 리도 만무하다. 보 해체는 '자연성회복'이란 그럴듯한 이름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문명에 거스르는 반달리즘에 불과하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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