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옥석가리기 시계 빨라진다
‘자본잠식·퇴출위기’ 브로스·아울운용 끝내 대표교체
“퇴출 운용사 등장 현실화할 것”…당국 “자진반납 유도”
[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헤지펀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면서 2세대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줄줄이 퇴출 위기를 맞고 있다. 자본잠식 늪에 빠져 자본요건 불충족으로 퇴출 위기에 놓인 일부 운용사는 분위기 일신 차원에서 대표를 전격 교체하거나 임원진이 대거 물갈이 되는 등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브로스자산운용은 전날 대주주 변경 보고를 통해 최대주주인 유재상(82.7%) 씨와 권혁찬·조용석 공동대표가 하우인베스트먼트와 소유주식 100%를 전부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브로스운용 측은 "두 공동대표와 지분을 보유했던 모든 주주는 22일 사표를 낸 상태"라며 "앞으로 모든 헤지펀드 운용은 배관식 신임 대표가 진두지휘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헤지펀드 시장에 도전장을 낸 헤지펀드 2세대격으로 펀드 출시와 동시에 '약진' 돌풍을 일으키며 시장의 이목을 모았다. 최대주주와 두 공동대표 모두 한 증권사 출신 동료다. 1세대 헤지펀드의 취약점을 보완해 안정적인 운용성과를 내며 초고속으로 시장 선두에 서는 등 실력을 인정 받은 바 있다.
같은 해인 2016년 말 설립된 아울자산운용도 지난달 말 주총을 열어 윤현섭 대표 체제에서 87년생 정다훈 대표로의 임원 변경건을 승인했다. 아울운용 관계자는 "기간만료로 인한 퇴임"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수장이 교체된 두 운용사가 모두 지난해말 기준 헤지펀드 운용사의 자기자본 최소 유지요건인 7억원을 충족하지 못해 시장 퇴출 위기에 놓인 회사라는 점이다. 3월 결산 당시 자본잠식률 133%를 웃돌던 아울운용은 지난달말과 이달 두 차례 10억원 이상의 증자를 통해 자본잠식 문제를 해소했다. 자본잠식 78%였던 브로스운용도 조만간 증자를 예정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중위험·중수익'을 표방했지만 실제 '고위험' 영역인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첫 번째 경고등이 켜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헤지펀드가 위험성을 상당히 잠재한 상품이고 투자실패시 상당한 규모의 손실은 물론 존폐위기에 처할 수 있는 걸 보여준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특히 지난해 국내 증시가 큰폭 하락하면서 그 여파가 수면 위로 드러난 시기가 지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게 마지막일리 없다"며 "당분간 실제 시장 퇴출 운용사가 몇 곳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김도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시장성숙기 진입을 위한 옥석가리기로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봤다. 다만 시장건전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당국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헤지펀드 진입요건 완화에 따른 운용사 난립 우려로 점검 주기를 연 1회에서 월 1회로 강화하고 대신 요건 미달시 6개월 내 증자 등을 통해 자본확충 기회를 열어준 바 있다"며 "행정처분인 등록취소를 당하면 시장 퇴출시 재진입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자진 반납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등록취소로 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해당 금융투자업자는 재진입 제한기간 5년을 적용받는다. 대신 자진폐지했을 경우 1년으로 줄어든다.차현정기자 hjch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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