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보증 없이 보증을 받은 기업인이 빚을 못갚아도 금융 거래상 불이익을 받는 '관련인' 등록 제도가 사라진다. 보증시스템을 고도화하기 위해 '기업 상거래 신용지수'도 도입된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연대보증 폐지 진행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책임경영을 이행한 경우 관련인으로의 등록을 제한하고 이미 관련인으로 등록된 경우라도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소급해 등록을 해지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오는 6월부터 관련인 등록정보제도를 개편한다. 그동안 연대보증 없이 보증을 받은 기업이 채무를 불이행한 경우 최다출자자(과점주주·지분율 30% 이상인 자)나 무한책임사원에 해당하는 경영인은 신용정보원에 '관련인'으로 등록됐다. 이 정보는 금융회사 등에 공유되고 개인신용평가 등에 활용돼 금융거래상 불이익 가능했다.
금융당국은 중소기업인의 재창업환경 조성을 위해 대출 자금의 용도 내 사용, 회계 처리 원칙 준수 등 책임경영 의무 위반여부를 판단하고 준수 했을 시 관련인 정보를 미등록할 방침이다. 이미 관련인으로 등록된 기업인에 대해서도 연대보증 면제를 받거나 책임경영 이행약정을 준수한 경우 관련인 등록을 해제하는 등 소급 적용 방안 검토한다. 지난 3월말 기준 727명이 연대보증 면제 기업인의 관련인으로 등록돼 있다.
기업상거래 신용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집적한 기업상거래 신용지수도 2020년 상반기에 도입된다. 중소기업의 상거래 신용을 판별하기 위함이다. 매입·매출의 발생빈도와 지급결제의 신용도 등 기업의 상거래 DB 자료를 토대로 개벌 신용평가(CB)사의 데이터를 융합해 지수화 한다. 이를 은행 등 기업여신심사에 활용할 예정이다.
올 연말에는 새로운 보증심사 제도도 도입한다. 연구개발비, 지적재산권, 기술인력, 연구 관련 자산 등 혁신성장 요소를 점수화 해 보증심사에 반영, 혁신 중소기업 선별기능을 강화한다.
올 하반기에는 직원수·전력사용량 등 다양한 신용정보 변동요인을 실시간으로 수집·반영하는 동태적 사후관리시스템도 마련하기로 했다. 시스템 상 이상징후 발생기업에 대해선 리스크 요인에 따라 컨설팅, 신규자금 등을 선제적으로 지원해 기업경쟁력을 강화한다. 오는 6월에는 신용보증기금·기업은행과 함께 자금사용계획을 사전점검·승인하는 새로운 보증상품을 도입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연대보증 폐지 이후 올해 3월까지 연대보증 면제 신규 보증이 10조5000억원 공급됐다. 연대보증이 포함됐던 기존 보증은 같은 기간 6조3000억원 축소했다. 연대보증 폐지에도 창업(업력 7년 이내)대한 보증공급은 전년 동기보다 27% 늘어난 31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고시원 지원 플랫폼 '고시락'을 창업한 김환종 대표는 이날 회의에 참석해 "청년들이 창업 할 때는 연대보증은 인생을 망할 수 있게 하는 큰 돈"이라며 "연대보증이 없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청년 대학생 창업이 활성화 하고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진현진기자 2jinh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