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환 구하기 나선 한국당, 의장실 점거
충격받은 문희상 의장 병원행
국회가 아수라장이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추진하는 선거제도 개혁안·사법개혁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은 24일 '오신환'이라는 새로운 변수의 등장으로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패스트트랙 결사항전을 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이날 패스트트랙을 막겠다고 의장실을 점거한 채 문희상 의장을 압박했고, 충격을 받은 문 의장은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이 과정에서 임이자 한국당 의원은 문 의장이 자신을 성추행했다며 문 의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복병 만난 패스트트랙 =여야 4당이 지난 23일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힘겹게 패스트트랙 추인을 얻어냈지만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동력을 잃었다. 패스트트랙 찬반갈등을 비롯한 내홍을 겪고 있는 바른미래당의 무리한 밀어붙어기식 추인은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를 맡고 있는 오신환 의원은 24일 오전 자신의 SNS에 "당의 분열을 막고 저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사개특위 위원으로서 여야4당이 합의한 공수처 설치안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글을 올렸다. 오 의원은 "(바른미래당 의총에서)12 대 11이라는 표결 결과가 말해주듯 합의안 추인 의견은 온전한 '당의 입장'이라기 보다는 '절반의 입장'이 되고 말았고, 그 결과 바른미래당은 또다시 혼돈과 분열의 위기 앞에 서게 됐다"면서 "누구보다도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바래 왔지만, 선거법만큼은 여야합의로 처리해왔던 국회 관행까지 무시하고 밀어붙여야 할 만큼 현재의 반쪽 연동형비례대표제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사개특위에서 사법개혁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면 전체 특위 위원 18명 가운데 5분의 3 이상인 1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사개특위는 여야 4당 11명과 한국당 7명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여야 4당 내에서 1표라도 이탈표가 생긴다면 패스트트랙 지정은 불가능하다. 여야 4당은 원래 이날 선거제도 개혁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등 사법개혁안 등을 발의한 뒤 25일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전체회의를 각각 열고 패스트트랙 지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 의원이라는 변수를 만난 탓에 차질을 빚게 됐다. 여야 4당이 선거제도 개혁안과 사법개혁안을 패키지로 묶어 패스트트랙을 진행하기로 한 만큼 사법개혁안이 제대로 패스트트랙을 타지 못한다면 선거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바른미래당은 오 의원을 사개특위에서 사보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보임은 국회에서 현재 맡고 있는 상임위원회를 그만두고 다른 상임위원회로 옮기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사보임 권한을 갖고 있는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 의원을 설득해보겠다"고 했다.
◇한국당은 의장실 점거, 문희상은 병원행=패스트트랙을 저지할 만한 마땅한 수가 없던 한국당은 즉각 구세주와 같은 오 의원 구하기에 나섰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와 의원 60여 명은 이날 의장실을 찾아 문 의장을 둘러싸고 "오 의원 사보임 요청을 승인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문 의장은 한국당 의원들의 집단행동에 "전 세계에 이런 국회가 어디 있느냐, 차라리 멱살을 잡아라"라며 "이게 대한민국 국회가 맞느냐, 여러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시라"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문 의장은 "아무리 겁박해도 이 자리에서 결정하지 않겠다"면서 한국당의 요청은 거부했다. 문 의장은 30분간의 실랑이 끝에 몸을 피했으나 저혈당 쇼크와 탈진 증세 등을 보여 국회의무실에서 치료를 받은 뒤 근처 병원에 입원했다. 이런 와중에 한국당 측은 문 의장이 의장실에서 사보임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임 의원의 얼굴을 쓰다듬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폭로했다.한국당은 곧바로 문 의장 규탄성명을 내고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당은 관련 법률을 검토해 고발조치하기로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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