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兆 쓰지도 않은채 … `재정중독` 비판에도 선심성 血稅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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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兆 쓰지도 않은채 … `재정중독` 비판에도 선심성 血稅 펑펑

예진수 기자   jinye@
입력 2019-04-24 18:03

미세먼지·산불 등 단기복지정책 대부분
경기부양·고용확충 쉽지않은 땜질처방
저성장 기조 경기 대응엔 역부족 지적
野 "총선용 추경" 반대…국회통과 난항





文정부 3번째 추경
재정중독 비판여론과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부가 24일 6조7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이날 "미세먼지 등 국민안전과 선제적 경기 대응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경 예산안을 마련했다"고 추경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올해 1만톤 감축할 예정이었던 미세먼지를 7000톤 추가 감축, 연간 미세먼지 배출량이 1.6kg인 경유승용차 약 400만대가 사라지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미세먼지를 핑계로 내세웠지만 이번 추경 편성은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꺾이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2.6∼2.7%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세계 경제성장 둔화추세가 가파른 데다 한국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단가하락으로 인한 수출감소, 지난해 경기를 떠받쳤던 내수 부진 등으로 이 같은 목표 달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감소세에 빠진 수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책금융기관에 2640억원에 달하는 재정을 출자·출연한다. 이를 통해 확대되는 무역 금융은 2조9000억 원에 달한다. 전체 추경 6조7000억 원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4조5000억 원이 선제적 경기대응과 민생경제 긴급 지원에 할당됐다.

하지만 지난해 일자리 추경 때와는 달리 미세먼지 대책, 포항지진 및 산불대응, 민생 경제 긴급 지원 등 추경 투자 방향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다 보니 경제에 자극을 주기에 충분하지 않은 '단기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의 내용을 뜯어보면 각종 복지 관련 정책이 대부분"이라면서 "복지정책만으로 지금과 같은 저성장 기조의 경기에 대응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 판단으로도 추경을 통해 하반기 경기 회복 추진력을 만들 경우에 올해 국내 총생산(GDP) 성장률이 0.1%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추경으로만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2.6%가 달성되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추경과 함께 정부가 의도했던 정책, 또는 그를 넘어서 추가적인 보강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약 470조원의 '슈퍼 예산'을 편성했다. 이 같은 예산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4월에 나라 빚인 적자 국채까지 발행하면서 추경을 편성한 것은 시점이 적절하지 않고, 혈세 낭비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번갯불 추경'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급하게 밀어붙이다 보니 경기 부양 목표도, 일자리 확충도 실현하기 어려운 '땜질 처방'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경기하강 국면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최저임금 급등, 투자 촉진책 후퇴 등 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구조적인 측면도 크기 때문에 성장률을 반짝 끌어올리기 위해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진단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 내용에 있어서 경기대응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방 사회간접자본(SOC)교체를 포함해 사실상 여러 사업에 흩어진 지역사업들은 경기대응 효과는 적고 취로사업 비슷한 결과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실제로 임팩트 있는 핵심사업이 필요한데, 이 같은 부분이 부족해 보인다"면서도 "그나마 긍정적인 점은 현재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경기 하강의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인 수출과 관련해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추경 편성 시 적자국채 발행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다. 추경 재원으로는 일차적으로 지난해에 쓰고 남은 결산잉여금 4000억원과 특별회계·기금의 여유자금 2조7000억원을 우선 활용한다. 적자국채는 부족한 3조6000억원에 한해 발행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까지 세 차례 추경을 짰지만, 앞선 두 차례는 모두 초과 세수를 활용했다.

야당이 추경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추경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야당은 이번 추경을 정책 실패를 덮기 위한 '총선용 정치추경'이라고 규정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이번 추경은 앞뒤가 맞지 않는 자기모순 추경이자 자가당착 추경"이라며 "지금이라도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 실패에 대해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부터 한 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추경 제안을 하는 것이 기본 순서"라고 주장했다.

여야는 선거제 개편 등과 관련해 극단적 대치상황으로 들어간 상태다. 국회가 멈춘다면 당장 오는 25일 정부가 제출할 추경안 논의가 '올스톱'될 가능성이 크다.

예진수선임기자·황병서기자 jin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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