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지역산업 침체 영향
서희건설, 사천서 1순위 '0건'
중견건설사도 성적 잇단 저조
계약취소 후 재분양 나서기도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이상현 기자] 경상남도가 '미분양 무덤'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전국 미분양 주택 4채 중 1채는 경남 물량이다. 서희스타힐스의 서희건설이 이달 경남 사천시에 분양에 나섰지만 1순위 청약접수 0건, 2순위 2건에 그치며 전 평형 미분양되며 올해 경남지역 분양단지 중 완판에 성공한 단지는 단 한 곳도 없는 상태다.
24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서희건설은 전날까지 진행된 사천용강 서희스타힐스의 1순위 청약에서 일반분양 121가구 중 기타지역 접수 2건만 접수받았다.
이에 앞서 이달 한라가 경남 김해시에서 분양한 김해 삼계두곡 한라비발디 센텀시티 역시 84㎡ 평형 418세대가 2순위 접수에도 296세대 가량 미분양된 데 이어 경상남도에 분양에 나선 건설사마다 순위내 마감에 실패하고 있는 분위기다.
두 건설사 모두 규모가 작은 건설사도 아니라 경남지역의 미분양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서희건설과 한라의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각각 37위, 19위로 모두 중견건설사다.
실제 올해 경남 지역에서 분양을 진행했던 건설사들은 모두 완판에 실패했다. 먼저 올해 1월에는 승주종합건설이 경남 진주시에서 분양에 나선 진주 평거동 메이힐스아파트가 42가구 모집에 2순위까지 31건 접수 받으며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다. 이어 같은달 동부토건이 경남 창원시에 분양한 창원경화베스티움이 53가구 모집에 2순위까지 21건 접수에 그쳤다. 유림이엔씨 역시 경남 양산시에 양산 유림노르웨이아침을 분양해 108가구 중 32건만 접수받으며 76가구는 주인을 찾지 못한바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5만9614호 중 경남이 1만4781호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미분양주택의 24.7% 수준이다. 즉 전국 미분양 주택 4채 중 1채는 경남에 있는 주택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초기 분양 단계에서 4000세대가 넘는 대단지를 선분양을 후분양제도로 돌린 사례도 있다. 지역 경기 침체로 분양성적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영주택이 2016년 경남 창원시에 공급한 4298가구 규모로 짓는 '월영부영아파트'는 분양 당시 117가구만 분양되면서 대규모 미달 사태를 맞았다. 이에 부영주택은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위약금을 주고 계약을 취소하기도 했다. 현재 해당 단지는 '마린 에시앙 부영'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상반기 중 다시 분양될 예정이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지역경기 침체로 선분양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위약금을 주고 계약을 취소, 상반기 중 다시 분양할 계획"이라며 "아파트 준공 승인 이후 후분양으로 공급할 예정이기 때문이 미분양이라기 보다 엄밀히 따지면 아직 분양을 하지 않은 상태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경남지역에서 분양에 나서는 건설사들마다 흥행에 실패하는 이유로는 공급과잉, 지역산업 침체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경남지역에는 연간 2만여 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지만 미분양주택은 증가 추세에 있다. 2016년 12월 8014가구 규모였던 경남 미분양주택은 2017년 12월 1만2088가구, 2018년 12월 1만4147가구, 2019년 1월 1만4060가구 순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재고주택 시장의 침체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달 15일까지 경남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2.24%로 전국 평균(-1.26%)을 1% 가량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가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지난해 전체 누적 변동률(-2.41%)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는 속도는 오히려 빨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경남 지역은 경기가 안좋은데 자꾸 새아파트 분양만 이어지면서 미분양이 쌓일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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