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배 칼럼] 사이버안보, 경제통상 포괄 큰그림 그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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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배 칼럼] 사이버안보, 경제통상 포괄 큰그림 그려야

   
입력 2019-04-24 18:03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지난 4월 3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사이버 안보 분야의 전략 지침서로서 '국가사이버안보전략'을 발간했다. 점점 더 심각해지는 사이버 위협과 사이버 범죄로 인해 사이버 공간의 취약성이 증대되고 국민의 피해가 심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이버상의 충돌이 국가간 정치·경제·군사적 분쟁으로 비화되는 현실 속에서, "자유롭고 안전한 사이버 공간을 구현하여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을 뒷받침하고 국제평화에 기여"한다는 비전 아래, 사이버 안보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장기적 관점의 원칙과 과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국가사이버안보전략' 발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 전략서는 △국민의 기본권과 사이버 안보의 조화 △법치주의 기반 안보활동 전개 △참여와 협력의 수행체계 구축을 사이버 안보의 3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개인과 기업 및 정부 각 부처들이 중점 추진해야 할 6대 전략과제로 △국가 핵심 인프라 안정성 제고 △사이버 공격 대응역량 고도화 △신뢰와 협력기반 거버넌스 정립 △사이버 보안 산업 성장기반 구축 △사이버 보안 문화 정착 △사이버 안보 국제협력 선도를 제시하고 있다. 향후 정부는 이러한 전략을 구체화하고 성실히 실행하기 위해 '국가 사이버안보 기본계획'과 '국가 사이버안보 시행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오랜 기간 공들여 준비해서 체계적으로 엮어낸 작업임에도 냉소적인 평가와 의심 섞인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아이러니컬하다. 특히 '안보 불감증'에 대한 우려와 '과잉 안보화'에 대한 비판이 교차한다. 어느 보수신문은 사이버 안보에 대한 국가전략서를 내며 북한이 쏙 빠졌다고 비판한다. 2009년 디도스 공격 이후 십여 년간 지속되고 있는 북한발 사이버 공격에도 불구하고 이 전략서에는 북한의 사이버 위협을 적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엄연히 실재하는 위협 주체인 북한이라는 변수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다소 포괄적인 표현으로 다양한 위협을 두루 망라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비해 어느 시민단체는, 이 전략서가 공공 정보통신망에 대한 사이버 보안 권한을 갖고 있는 국정원의 권한 이양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종합전략만 되풀이했던 과거에 비추어보면 진일보한 시도라고 평가하면서도, 국정원의 사이버 보안 권한의 이양을 포함한, 사이버 보안 거버넌스 개편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이 전략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사이버 안보가 '안보화'를 넘어서 '정치화'될 수밖에 없었던 한국 사회의 단면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렇게 엇박자를 내는 복고적 평가의 구도를 넘어서 이번 전략서 발간의 의미를 미래전략의 관점에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이번 전략서는 'ICT강국'이라고 자랑하는 나라에서 펴낸 전략서 치고는 너무 늦게 나왔다. 진작 나왔어야 했지만 두 번에 걸쳐서 적기(適期)를 놓쳤다. 첫 번째 실기는 안팎에서 굵직굵직한 사이버 안보 관련 사건이 터지면서 주요 국가들의 전략서가 쏟아져 나왔던 2013년 무렵이었다. 아니면 미중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사이버 안보에 대한 관심이 한껏 무르익었던 2015년에만 나왔어도 그리 늦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사이버안보전략'은 이런저런 이유로 늦어지다가 2019년에서야 손에 쥐어졌다.

그동안 우리 주변의 안보환경은 급속히 변해서 이러한 사이버 안보 전략서를 발간한 의미를 다소 퇴색시키고 있다. 이제 사이버 안보는 좁은 의미의 해킹과 사이버 공격을 넘어 데이터 안보와 국가간 통상마찰의 쟁점이 되었으며, 정보심리전 수행과 무인무기체계 개발과도 연계되는 넓은 의미의 기술안보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안보 문제는 21세기 글로벌 패권을 놓고 벌이는 미중경쟁의 외교안보 이슈로 자리매김하면서 더욱 더 주목을 끌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5~6년 전에 출제된 문제에 대한 모범 답안지가 아니라 변화하는 현실을 제대로 읽어내는 심층 해설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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