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앞에 놓인 종이컵에 볼펜을 10개 던져넣었을 때 과연 몇개나 성공할 수 있을까. 사람에게도 까다로운 이 작업은 로봇에게는 훨씬 어려운 과제다. 구글이 이런 한계를 깨고 사람보다 물건을 더 정확하게 던지는 로봇 개발에 나섰다.
구글은 미 프린스턴대·컬럼비아대·MIT 연구진과 공동으로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물건을 자유자재로 집어들어 원하는 지점에 던지는 '토싱봇'을 개발하고 있다. 머신러닝·딥러닝 등 AI(인공지능) 기술로 로봇의 지능을 끌어올리는 시도를 시작한 것. 토싱봇 개발에는 던져야 하는 물체의 성질이나 무게에 따라 잡는 힘을 조절하고 던지는 세기와 방향, 각도까지 제어하는 고난도 기술이 동원된다.
사람은 태어나 자라면서 직관적으로 던지기를 익힌다. 던질 지점과의 거리, 던져 넣을 물건의 모양·무게와 표면 재질, 던지는 공간의 바람 세기 등 물리적 조건을 자기도 모르게 계산해 원하는 곳에 물건을 던진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담 너머로 신문을 던지는 게 인간에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로봇은 정해진 조건의 공장이나 병원 등에서 컨트롤러에 저장된 명령만 수행할 뿐 다양한 변수가 있는 환경에 적응하며 동작하지 못한다. 지능형 기기라기보다는 기계장치에 머물러 있는 것. 그러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로봇이 인간과 소통하며 도움을 주는 데도 한계가 있다.
토싱봇 연구에 학생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앤디 정 프린스턴대 박사과정생은 "그동안의 로봇이 컨트롤러의 명령에 따라 정해진 조건에서만 작동했다면 딥러닝을 적용하면 수준이 달라진다"면서 "던지려는 물건의 무게와 크기, 모양, 표면 재질, 던질 지점의 거리 등에 따라 로봇이 최적의 조건으로 동작을 수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을 포함한 약 10명의 연구자들은 구글 로봇 연구팀과 함께 8개월간 토싱봇을 개발했다. AI 기반 로봇은 앞에 놓인 다양한 모양의 물건을 정해진 바구니에 던지면서 어떻게 하면 성공하고 실패하는지 학습한다. 어느 정도 강도로 물건을 쥐고 모양에 따라 어느 지점을 잡아야 하는지, 탁구공과 골프공을 던질 때 어느 정도 힘의 차이를 달리해야 하는지 경험이 쌓이면서 성공률도 높아졌다.
정 연구원은 "로봇 제어 컨트롤러에 AI를 탑재, 토싱봇이 수많은 조건을 학습하고 새로운 환경에도 적응해가며 물건을 던지도록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처음에는 잡기조차 제대로 못하던 로봇이 14시간 동안 1만번 정도의 훈련단계를 거치자 던지기는 85%, 쥐기는 87%의 정확도를 보였다. 던지는 물체의 종류를 바꾸고 던져야 할 지점을 달리해도 적응해가며 실력을 유지했다.
정 연구원은 "SW 엔지니어가 80%의 성공률을 보였다면 AI를 적용한 로봇은 85%로 사람보다도 나은 실력을 보여줬다"면서 "기존 물리학만 적용한 로봇은 59%에 그치는데 현격한 차이"라고 말했다.
토싱봇은 재난현장, 위험한 산업현장 등에서 사람 대신 동원될 수 있다. 잡고 던지는 동작에서 쌓은 실력은 밀기 등 다른 동작에도 응용할 수 있다. 정 연구원은 "로봇이 일상생활에서 쓰임새가 훨씬 커지려면 지능을 가져야 한다"면서 "앞으로 로봇 진화는 SW가 이끌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편 구글은 지난 2014년 로봇사업을 사실상 접었다가 최근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보틱스 앳 구글이라는 사업부문을 만들고 전문인력을 충원하는 한편 AI와 SW 중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