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명백하게 불합리한 규제는 앞으로 규제 샌드박스도 거치지 않고 바로 정비키로 했다.
소위 '규제정비 패스트랙'을 본격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불합리한 규제는 즉시 풀어야 하는데 규제 샌드박스에 공을 넘겨 규제 개선을 지연하거나 회피한다는 비판에 대한 개선책이다.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한지 100일을 맞은 가운데 정부는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규제 샌드박스 100일, 시행 성과와 향후 과제'를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100일 동안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가 창출됐다고 평가했다. 외국은 실증 테스트 중심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규제 신속확인·임시허가·실증특례 등 규제혁신을 위한 3종 세트를 완비했다는 진단이다. 금융분야에 국한돼 있는 외국과 달리 우리는 ICT?산업융합?지역혁신 등 산업 전반을 포괄해 가장 광범위하게 시행 중이라고도 정부는 평가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시행 한달 내 첫 승인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6건의 승인이 완료됐으며, 5월초까지 20여건을 신속하게 심사할 예정"이라며 "우리의 심사기간은 통상 6개월이 소요되는 외국에 비해 절반수준이다. 승인 규모는 외국 중 가장 많은 승인 사례를 창출하는 영국이 연 40여건을 승인하는 데 비해 두 배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의 궁극적 목적인 신기술의 신속한 시장출시를 위해 개선방향을 설정했다. 명백하게 불합리한 신산업·신기술 규제는 규제 샌드박스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규제 관계차관회의 등에서 신속히 정비할 방침이다. 규제 샌드박스 운영 중인 과제라도 분기별 사후 점검체계를 가동해 문제가 없을 경우 즉시 규제정비를 통해 시장출시를 지원한다.
이는 현장에서 규제의 신속한 혁신보단 규제 샌드박스에 책임을 넘겨 회피하고, 실증특례가 규제개선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단순 시범사업으로 전락한다는 등의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대책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를 담당하는 4개 부처·전담기관 조직과 인력을 확충해 현장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 추가 예산확보로 법률자문·신청서 작성 등 지원을 대폭 보강한다. 심사 단계에서는 해당 정부부처에 해외 사례 등 입증 책임을 부여해 부가 조건을 최소화하고 전문 분과위에서 적절성을 수시 점검해 완화한다. 유사 신청사례에 대해서는 절차를 간소화한다.
시장출시를 조기화 하기 위해 4법 주관부처와 해당 규제부처 합동으로 분기별 '실증특례 점검 보고서'를 작성하고, '규제 관계차관회의'에서 규제개선 필요성을 검토한다. 시행 초기인 만큼 국무조정실에서 당분간 주관한다는 방침이다.
이 총리는 이날 "연내 100개 이상의 규제 샌드박스 결실이 나오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진현진기자 2jinh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