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정책 2년만의 결과.
올 들어 한국 경제가 뒷걸음질 쳤다. 정부가 '수출주도성장'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한 지 2년 만이다. 1분기 낸 '마이너스 0.3%(전분기대비)' 성적표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최저치다. 1분기 한국 경제의 역성장이 드러나자 원화 투자 심리가 악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2년여 만에 장중 최고가로 치솟았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4% 감소했다. 이는 2017년 4분기(-0.2%)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4분기(-3.3%)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환율은 개장 초반 달러당 1161.4원까지 치솟으며 2017년 3월 10일 기록한 1161.2원을 깨고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당초 시장은 1분기 성장률을 0.3% 안팎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마이너스 성장 쇼크'를 기록했다. 세계 경기 둔화로 반도체를 비롯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이 부진한 데다 투자까지 후퇴한 데 따른 결과다. 지난해 4분기 경제를 떠받들었던 정부 지출 효과도 1분기 없었다.
1분기 경제성적표는 '투자'와 '수출' 부진 속에 활력을 잃어가는 정부에 기대왔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민간소비(0.1%)와 정부소비(0.3%)가 증가했지만, 설비투자(-10.8%)와 건설투자(-0.1%)가 가파르게 감소했다.
특히 설비투자 증가율은 IMF 외환위기 시절이던 1998년 1분기(-24.8%)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수출(-2.6%)과 수입(-3.3%)도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각각 2017년 4분기 이후 5분기 만에 최저, 2011년 3분기 이후 7년 2분기 만에 최저치다.
이 같은 10년 만의 역성장은 정부가 올해 '470조원이라는 슈퍼 예산'을 편성한 뒤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국내 경제의 위기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통상적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경우 2분기 연속 실질 GDP 역성장시 경기침체 신호로 읽힌다.
정부는 이후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하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마디로 (정부는) 경제정책이 지난 2년 동안 돈만 뿌리면 살아난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소득주도 성장으로 성장이 가능하다면 누가 못하나"라고 꼬집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같은 성장률 악화의 원인은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라면서 "고용참사, 설비투자 감소, 수출경쟁력 하락의 필연적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 교수는 "실패정책 폐기가 우선"이라며 "선거제보다 정부가 경제에 올인할 때"라고 말했다.
한은이 이달 수정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5%다. 산술적으로 상반기 전망치 달성을 위해선 2분기에 GDP 성장률 1.5%라는 '깜짝 성장'을 달성해야 한다.
재정에 한계를 느끼면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카드'를 꺼낼 지도 주목된다. 한은 관계자는 "오는 30일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경제심리지수(ESI)가 나오면 소비자심리지수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는 2분기 성장률을 볼 수 있는 선행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화영·황병서기자 dorot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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