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180' 개관 5주년 간담회
"인큐베이터 역할 더욱 강화"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더 많이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사진)는 25일 '마루180' 개관 5주년을 맞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아산나눔재단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서거 10주기를 기념해 2011년 설립된 공익재단이다. 정 상임이사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녀이자,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의 장녀다. 그가 재단으로 합류한 시점은 2013년이다. 이는 다른 기업 오너 3세와는 다른 행보다. 통상 대부분은 기업으로 들어가 가업을 잇기 위한 경영수업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상임이사는 "경영에 관심이 없다기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며 "가족, 친척 등으로부터 모은 돈을 책임감 있고 의미 있게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마루180은 재단이 운영하는 창업지원센터다. 명칭은 할아버지의 호인 아산(峨山)을 모티브로, 산의 꼭대기를 의미하는 '마루'와 세상을 '180도' 변화시키기 위한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사실상 할아버지의 혼을 그대로 깃들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 그가 이날 간담회에서 밝힌 비전 역시 정 명예회장의 평소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정 명예회장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해내는 법"이라는 등 평소 의지가 있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
정 상임이사가 이끄는 마루180은 짧은 시간 내 스타트업을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개관 이후 누구나 찾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결과, 현재까지 이곳을 거친 사람만 77만명에 달한다. 입주 스타트업은 장기의 경우 62개, 단기는 120개 등 180여 개에 달한다.
입주기업들은 그야말로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입주 기업 평균 고용인원은 배 이상 증가했고, 투자유치 금액도 약 5배 늘었다.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외부 인수합병(M&A)을 성공한 건수도 5건이나 된다. 그러다보니 입주경쟁률은 18대 1에 달한다.
무엇보다 마루180은 몸집이 작은 기업이 가장 고민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줬다. 당장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나무는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을 대응하기 위한 맷집이 대기업에 부족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재단 조사에 따르면 마루180 입주사와 졸업사 5년 생존율은 90.3%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체 업종 생존율이 36.3%에 그친 것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치다. 같은 날 창업했다고 가정할 때 마루180 입주사와 졸업사의 경우 5년 동안 10곳 중 9곳이 계속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전체 창업 인구 10명 중 6~7명은 문을 닫은 셈이다.
정 상임이사는 두 번째 인큐베이터 개관을 준비 중이다.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하며 현재 마루180이 위치한 역삼역 인근으로 물색 중이라고 한다. 새로운 시설이 추가 개관할 경우 기존보다 지원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상임이사는 "단순 확장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 참가할 수도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출 것"이라며 "ICT(정보통신기술) 스타트업 외 다양한 산업군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상임이사의 부친인 정몽준 이사장도 이날 간담회장을 찾아 마루180 개관 5주년을 격려했다. 그는 "(아버지께서) 경제는 돈이 아닌 사람의 힘으로 이뤄진다고 했었다"며 "재단은 아버님 같은 제2, 제3의 정주영이 나오길 바라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양혁기자 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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