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공수처 합의,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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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칼럼] 공수처 합의, 이대로 괜찮은가

   
입력 2019-04-25 18:09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른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핵심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과 공수처 법안을 연계하기로 여야 4당의 합의가 있었고, 결국 신속처리절차(이른바 패스트트랙)에 의한 법안 처리가 자유한국당의 강력한 반발로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국회 경색 우려는 잠시 접어두더라도 이런 결정이 정말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지 않다.


물론 선거제도의 개혁 필요성이나 공수처 설치의 정당성 자체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4당의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비판들이 있다. 과연 합의된 내용에 따른 선거제도 개혁이 진정한 연동형 비례대표로서 기대했던 국민의사의 비례성 강화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것인지, 선거제도 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연계한 것이 정당한지, 공수처 법안의 내용이 타당한 것인지 등 도마에 오르는 쟁점도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공수처 설치에 대한 찬반은 여전히 뜨거울 뿐만 아니라 설치 자체에 대한 찬반과 법안 내용에 대한 찬반이 뒤섞여 더욱 혼란스럽다.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20년 전부터 주장되던 공수처 도입이 계속 미뤄졌던 것은 검찰개혁을 위한 다른 대안들이 우선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총장 임기제, 인사청문회 등이 큰 실효성을 보이지 못함에 따라 공수처 도입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졌고, 이제는 이를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공수처 도입 자체에 대한 찬반과 공수처 법안 내용에 대한 찬반은 구분돼야 한다. 향후 국회의 입법과정에서 어떤 내용상의 변화가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여당 공수처 법안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공수처장을 비롯한 구성원들의 임명방식에 대한 우려이다. 국회 추천 4명(여당 2명, 야당 2명),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으로 구성되는 7명의 추천위원회 위원은 사실상 정부여당의 영향 하에 있는 위원이 최소 4명이다. 대통령이 처장, 차장 및 공수처 소속 검사들의 임명권을 행사한다는 점도 그렇다. 이번 합의를 통해 야당이 반대하는 후보자를 공수처장에 임명하지 않기로 했지만, 공수처장 이외에 소속 검사들이나 수사관들의 임명방식에 대해서도 우려는 적지 않은 것이다.


둘째, 공수처의 규모가 적절한지가 문제다. 공수처가 지나치게 방대한 조직을 갖게 될 경우에는 이에 대한 우려 내지 반발이 커질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공수처 법안에 따르면 소속 검사의 숫자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하여 25인 이내이고, 소속 수사관의 숫자는 30인 이내다. 과연 이 숫자로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되는 7000여명의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사건을 처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등 중요사건 하나에 투입된 검사가 50명 이상이었음을 생각할 때, 과연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규모인지 우려되는 것이다.

셋째, 공수처는 검찰개혁을 위해 구상된 것이다. 그런데 검경 수사권조정이 진행 중이고 이에 따라 검찰의 수사권이 대폭 축소되고, 경찰의 권한이 커질 경우에는 공수처의 주된 통제 대상이 검찰이 아닌 경찰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수처가 주로 다뤄야 할 범죄 유형이나 고위공직자의 범위도 조정돼야 할 필요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검경 수사권조정과 공수 설치는 동시에 진행하기에 적절치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밖에도 공수처가 수사권 이외에 기소권을 갖는 것이 적절한지에 관한 논란 등 쟁점들은 매우 많다. 하지만 이 세 가지 문제는 공수처 도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으며, 그에 상응하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만일 공수처를 도입했는데, 그것이 실패하게 될 경우에는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지금까지 개혁의 이름으로 수많은 제도들이 도입되었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들도 적지 않다. 특히 정치개혁, 사법개혁, 교육개혁은 수없이 반복되면서 실패를 거듭해왔다. 하지만 개혁의 실패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공수처 도입이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점검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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