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홀대에 이골이 난 자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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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홀대에 이골이 난 자본시장

차현정 기자   hjcha@
입력 2019-05-01 18:00

차현정 산업부 증권팀장


차현정 산업부 증권팀장
증권사의 미덕은 돈을 버는 일이다. 과장해 말하자면 수익이 곧 정의다. 봄볕이 따스해졌지만 증권맨들은 한가롭게 공원을 걷기는 다 틀렸다고 한다. 주된 수입원인 위탁수수료는 뚝 떨어졌고, 보너스를 기대하기는커녕 자리보전이나 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란다. 그나마 들고 있던 보유채권에서 평가이익이 난 덕에 1분기는 넘어갔다. 2분기가 고비다. 올들어 좀 괜찮았던 기업금융(IB) 부문도 마찬가지다. 일감은 없고 시장은 얼어붙었다. 목돈 벌기 쏠쏠한 큰 먹거리는 보이지 않는다.


작년까지 '국회 출입기자'로 지내다 2년여 만에 돌아온 자본시장의 모습이다. 만감이 교차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자본시장을 잘 모른다. 증권사가 모여있는 동여의도와 국회가 있는 서여의도는 가깝지만 먼 여의도다. 편견과 무관심, 탐욕과 약탈자로 보는 시각 등 여러 이유가 있을 터다. 오죽하면 홀대가 익숙한 자본시장이다. 자본시장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올해로 자본시장법 시행 10년을 맞은 만큼 좀 달라졌을 것으로 생각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통칭 자본시장법은 2007년 국회에서 의결된 이래 준비를 거쳐 2009년 2월4일부터 발효됐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자본시장의 몸집은 불어났다. 수익구조도 다양해져서 뭐든 할 수 있겠다 싶었다. 2008년 약 2조3000억원에 못 미치던 5대 대형증권사의 평균 자기자본 규모는 지난해 두 배를 훨씬 웃도는 5조3000억원까지 증가했다. 법 시행 이후 얼마나 빠른 속도로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크기를 늘려왔는지 알 수 있다. 자기매매와 IB 부문의 비중도 증가했다. IB가 버는 수익의 절대 규모 역시 2008년 6000억원에서 지난해 약 3조원까지 5배는 커졌다. 준비된 모험자본 공급 기능을 갖췄다는 평가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런 참에 문재인정부는 자본시장 혁신과제를 내놓고 '이명박근혜' 정부와는 달리가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그게 작년 말이다. 시장의 기대감은 컸다. 특히 금융당국이 발표한 '혁신금융 추진방향'은 시장을 고무시켰다. 증권사 건전성 규제 개선과 코스닥시장 활성화, 자본시장 세제개편 등이 담겼다. 혁신기업 자금조달체계 개선을 비롯해 전문투자자 육성, 기업공개(IPO) 제도 개편, 증권회사 자금중개 기능 강화 등이 핵심이다.

자본시장 목소리를 대변하는 금융투자협회는 정부의 자본시장 혁신과제가 실현되면 5년간 중소·혁신기업에 대한 혁신자본 공급규모가 125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회와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금융 정책 시행에 자본시장의 노력이 더해지면 혁신기업 기업공개(IPO)가 늘고 증권사 IB 역량도 강화하는 선순환을 꿈꿨다.



정부와 정치권에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권용원 금투협 회장은 "자본시장을 통한 혁신자본 투자가 확대되려면 단기금융업무에 대한 조속한 인가, 자본시장 혁신과제 등 정책의 신속한 입법과 시행,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과 손익통산 세제개편이 이뤄져야한다"고 주문했다. 혁신금융 정책이 부동산과 안전자산에 치우친 가계자산과 1100조원의 부동자금을 성장잠재력 높은 자본시장으로 유도하는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다.
올 초에는 여당 대표가 직접 증권사 대표를 만나 금융투자업계 활성화에 힘을 싣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는 증권거래세 단계적 인하라는 선물봉투를 하나 쥐어주고 돌아갔다. 오랜 숙원 해결에 업계는 잠시 들떴지만 그게 다였다.

자본시장 혁신과제가 동력을 얻으려면 입법화 속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이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물론 자본시장법 만으로 금융투자업의 발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글로벌 투자은행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규모를 더 늘리고 수익구조를 더 바꾸는 등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최악의 '동물국회'가 돼버린 정치권과 자본시장에 등돌린 금융당국을 바라보면 증권맨들의 한숨이 멎을 날은 멀게만 느껴진다. 실낱같은 기대를 품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자본시장이 그들 눈앞에 보이는지 묻고 싶다.

차현정 산업부 증권팀장 hj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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