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경제 사전엔 `하향수정`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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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경제 사전엔 `하향수정`만 있다

   
입력 2019-05-02 17:59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작년 이맘때 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소득주도성장을 대폭 수정하지 않으면 1~2년 이내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새해 인터뷰에서는 경제성장이 2%도 어렵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 등의 전망과 달라서 그랬는지, 장안의 화제가 되었는데 놀랍게도 댓글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라고 밝히면서 필자의 의견에 공감한다는 사람이 많았다. 필자의 우울한 전망이 틀리기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대로 흘러가고 있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 불과 2년 사이에 실업자는 100만명을 훌쩍 넘어 3%대의 실업률이 5%를 향했다. 최상위소득계층 임금은 10% 이상 오르고 최하위소득계층은 20% 가까이 떨어지면서 소득불평등은 커졌다. 경제성장률도 계속 떨어지다 올해 1분기에는 마이너스(-0.3%)가 되었다. 11년 전 세계금융위기 당시의 수준으로 돌아갔다. 미국이나 일본은 최대의 호황을 누리는 판에 한국만 최악의 상황에 빠진 것이다.
1분기 경제성적표는 소득주도성장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정부는 민간 소비가 좋아진다고 했지만 0.1%로 제자리걸음한 반면, 경제의 미래와 직결된 기업의 설비투자는 무려 10.8% 대폭락했고, 국제경쟁력에 관련된 수출(-2.6%) 수입(-3.3%) 모두 대폭 감소했다. 재정확대로 성장을 끌어올린다고 했지만 정부 소비는 0.3% 증가로 효과가 미미했다. 경제를 이끄는 제조업(-2.4%)은 대폭 후퇴해 10년 만에 최저 성장을 기록했고, 내수를 주도하는 서비스업(0.9%)도 시들시들했다.

제조업과 중소기업이 밀집된 지방 경제는 붕괴의 위기에 빠졌다. 중국 등의 성장으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었는데 소득주도성장이 회생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지방 경제를 이끄는 공단의 가동률은 60%대로 떨어졌고 기업은 연명하기 급급하다. 근로자는 소득 감소로 지갑을 닫아 상권에 불이 꺼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은 자국 기업을 키우는데 혈안인데 반해 한국은 소득주도성장으로 자본과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되고 핵심 기술인재가 한국을 떠나게 만들었다.



국내는 물론 국제경제기구도 한국에 대한 경제전망을 계속 하향 수정해왔다. 전망이 맞지 않았던 이유는 소득주도성장이 비정상적인 정책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제전망이 자금부문 변화에 주목하다보니 소득주도성장으로 발생한 노동 등 실물부문의 충격을 놓치게 됐다. 정부가 임금을 인위적으로 높여 생산성과 괴리를 키우는 문제도 인식하지 못하다보니 처방도 오류를 범했다. 재정 확대로 경기 부양하는 케인지안의 처방이 한국에는 맞지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재정 확대로 경기를 살리려면 노동시장이 유연해야 한다. 경직적이면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은 세계 각국의 공통적인 경험이다. 소득주도성장으로 정부가 임금부터 근로시간, 고용 등에 이르기까지 깊숙이 개입하고, 공공부문 고용을 확대해 노동시장이 경직성을 키우는 한, 재정 확대는 경제위기를 앞당긴다. 지난 2년 동안 경험한대로 공공부문 고용은 민간 일자리창출의 마중물은 커녕 발목을 잡았고 공공 일자리사업은 고용의 질을 떨어뜨렸다.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을 재정 확대로 덮으면 경제를 재정중독에 빠뜨린다. 세수확보에 문제가 없다면서 예산을 경제성장률의 4배인 10%나 늘렸다. 경제성장으로 세수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세원이 투명해지고 세정 기술이 좋아졌기 때문이라는 점을 망각했다. 재정중독은 국민 입장에서 세금탕진을 의미한다. 소비하고 투자할 돈이 정부에 들어가 경제가 활력을 상실하게 되는데다 문제가 터지면 재정으로 해결하자는 발상이 판치게 만든다.

경제위기는 하루 밤 사이에 오지 않는다. 사전에 조짐을 보인다. 한국은 경제위기 발생 경고등이 켜졌다. 평화가 경제라며 한가한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북한에 기울이는 정성의 1/10이라도 한국 경제를 살리는데 들여야 한다. 비정상적인 소득주도성장은 폐기하고, 경제가 활력을 찾도록 규제를 개혁하면서 노동시장 경직성을 줄이고, 국민이 번 돈이 소비와 투자에 쓰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경제정책이 상식에 벗어나면 경제전망도 맞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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