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5G, 과거방식 안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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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5G, 과거방식 안 통한다

안경애 기자   naturean@
입력 2019-05-06 18:09

안경애ICT과학부 과학바이오팀장


안경애ICT과학부 과학바이오팀장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 이동통신이 한 달을 넘겼다. 이동통신 3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5G 가입자는 순조로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통신 3사는 5G가 열 B2B 신시장 개척에도 열심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 지자체, 병원 등과의 제휴소식을 내놓는다.


그러나 현재까지 보여준 5G 전략은 실망스럽다. 통신 가입자와 B2B 시장에서 모두 속도에 치우친 나머지 내실을 찾기 힘들다. 통신요금이란 안정적 매출 기반에 안주해 5G 시장에서도 과거 달리던 관성대로 뛰는 모습이다.
기업들은 먼저 장밋빛 마케팅 언어들을 쏟아내다 이용자들의 커버리지와 성능 불만을 자초했다. 새로운 단말기나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반복해온 일단 띄우고 보자는 식의 접근을 5G에도 그대로 적용한 결과다. 결국 호들갑스러운 마케팅은 부메랑이 돼 통신사들의 5G 투자부담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부는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을 위해 무리해 한밤 서비스 개통을 감행하고는 이용자들의 성능·커버리지 불만이 이어지자 뒤늦게 기업들을 닥달하는 모양새다.

과거 통신산업 성공공식을 버려야 5G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 이미 속도는 앞선 만큼 이제 혁신의 깊이와 정교함을 보완해야 한다. B2B 시장을 개척하려면 5G 인프라만으로는 부족하다. AI(인공지능), 데이터를 핵심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능력이 필수다. 그러나 통신사들의 면면을 뜯어보면 자체 SW 인력과 디지털 혁신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동안 SW·서비스 개발은 주로 외주기업에 맡겨온 결과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6개 지자체와 기업 팀을 선정한 스마트시티 챌린지 공모사업에서 통신 3사가 대표 기업에 끼지 못한 이유를 곰곰이 곱씹어봐야 한다. 국토부는 도시문제 해결과 신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을 위해 프로젝트를 공모, 광주 부천 수원 창원 대전 인천 등 6곳을 선정했다.

프로젝트에서 KT와 SKT는 각각 전주 안양과 팀을 이뤄 중간평가를 통과했지만 6개 최종 선정팀에 들지 못했다. LG유플러스는 중간평가도 넘지 못 했다. 수원은 삼성전자·삼성SDS, 창원과 대전은 LG CNS, 인천은 현대자동차, 광주와 부천은 중소기업이 대표 기업으로 사업을 이끈다. KT가 수원, 대전에 참여 기업으로 포함됐을 뿐 통신사들의 성적이 나쁜 것은 엄연한 실력차 때문이다. 과감한 M&A와 제휴 전략과 함께 자체 혁신 내공을 갖춰야 디지털혁신 시대에 아웃사이더 신세를 면할 수 있다.


정부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기지국 설치와 단말기 보급은 5G 정책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5G라는 강력한 인프라가 기존 산업과 사회기반시설, 국민생활에 녹아들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5G 상용화 직후 스마트공장·자율주행차·헬스케어 등 5개 서비스와 로봇·지능형CCTV 등 10개 산업 분야를 육성해 2026년까지 일자리 60만개를 만들어낸다는 비전을 발표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이를 실행에 옮길 국내 B2B IT산업이 너무 열악하다. 자본과 기술력에서 앞선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아마존 MS 구글 등 클라우드 기업이 IT산업 주도권을 잡으면서 자칫하면 국내 기업들은 이들 기업의 영업·서비스 창구로 전락할 위기다.

공공 IT시장에서는 정부가 제값 주기를 거부하고 무리한 발주관행을 이어가면서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온갖 독소조항 때문에 공공시장에서 타격을 입고 회복하지 못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대기업 참여제한에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규제가 더해지다 보니 글로벌 공룡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판국에 IT기업들은 피터팬 증후군을 앓는다.

혁신은 기술로만 되지 않고 제도와 문화, 일하는 방식이 함께 달라져야 한다. 비정상적 시장환경이 고쳐지지 않으면 5G 아니라 6G가 와도 국내 B2B IT산업은 정상적 성장이 힘들다. 5G 경쟁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장거리 레이스다. 그리고 경쟁의 승자는 단말기나 통신장비를 가장 많이 판 곳이 아니라 5G의 혜택을 가장 지혜롭게 누리는 기업과 국가다. 대한민국이 그 영광을 차지하려면 지금 당장, 기지국 설치보다 서둘러 IT산업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

안경애ICT과학부 과학바이오팀장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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