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한은, 경제현실 직시하고 있나

심화영기자 ┗ 금융그룹감독서 빠진 사모펀드, "특혜 제공 아니다" 밝힌 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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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한은, 경제현실 직시하고 있나

심화영 기자   dorothy@
입력 2019-05-08 17:58

심화영 정경부 정책금융팀장


심화영 정경부 정책금융팀장
"미·중 무역협상은 이번주 재개된다. 크게 불안해 할 상황은 아니다."


5월 연휴가 끝난 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한은 간부들과 주재한 금융경제상황점검회의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1분기 국내 실질GDP(국내총생산)가 역성장 했을 때도 같았다. "이례적인 요인이 있었고 2분기 선방할 수 있다"고 했다.
통화정책 수장이 일관된 신호를 보냈지만 민심은 평온하지 않았다. "한은 총재 본인이 금리정책의 주체인데 자기책임 아닌 듯 남의 말 하듯 한다", "뒷북치면 실기해서 경제 어려워진다" 등 우려가 잇따랐다. 심리로 움직이는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오는 10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10%→25%로 올린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전포고에 미·중간 기 싸움이 최고조에 달하자 세계 금융시장은 얼어붙었다. 당장 뉴욕·상하이·유럽 증시의 주요 지수가 하락했다.

통화당국 수장과 재정정책 수장 간에도 혼선을 빚었다. 이 총재가 금리인하론을 차단한 가운데,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시장의 금리인하 요구를 파악하고 있다"면서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별도로 통화정책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우회적인 금리인하론을 폈다.

문재인 정부는 곧 취임 3년차가 된다. 1분기 경제성장률 -0.3%는 낙제점 성적표다.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 맞다. 역성장에 물가상승률 0%는 금리인하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반면 금리인하는 주택가격과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도 있다. 통화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갖고 갈 지는 통화정책 전문가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할 일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청와대 눈치 보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사선 곤란하다. 금통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했다고 해서 토론과정에서 소수의견이 없었을까. 지난달 18일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통화정책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있다.

한 금통위원은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외 요인에 따른 설비투자 조정에 더해 민간소비의 둔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라며 "2분기 이후 경제 성장세 회복을 기대하고 있으나 기대 실현여부는 가계소비와 기업투자의 반등에 의존하고 있고 불확실성이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위원은 "현재의 거시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경기 및 물가의 둔화흐름이 뚜렷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고,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서는 거시경제의 하방위험 완충에 보다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은 경제 상황에 따라 '시장의 돈줄'을 조이고 푸는 처방을 내릴 권한을 갖고 있다. 청와대 경제인식에 맞출 이유도 없거니와, '재정투입'에만 기대는 게 맞는 것인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주요 이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13일 '간섭의 날'(Interference Day)이라는 제목으로 세계 중앙은행들의 독립성이 위험에 처한 현상을 헤드라인으로 다뤘다.

한은이 경기의 큰 흐름을 놓치고 청와대 순응주의로 일관한다는 지적이 자꾸 나오는 것은 간과할 일은 아니다. 한은은 직원이 2400여명, 연간 예산이 7000억원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다. 한은은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하는 게 설립목적이다.

심재철 의원실에 제출한 한은 임직원 연봉이 공개됐을 때 국민들은 "이 나라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핵심 인력"이라면서 지지를 드러냈다. 여타 공기업처럼 '신의 직장'이라며 비판하는 모습은 별로 없었다. 이에 한은은 시장을 정확하게 읽는 예측력으로 시장의 신뢰에 답해야 한다.

기축통화 '달러'의 나라 미국을 한 번 보자. 제롬 파월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앉힌 이는 트럼프다. 그럼에도 파월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금리인하 요구에 소신을 드러냈다. 통화정책 수장이 두려워 할 것은 증시와 환율, 지표 등 수치뿐이다.

경제 난국은 현실을 직시하는 데서부터 풀린다. 지금 한국경제는 엄중한 상황이다. 10년래 최저치인 경제성장률 뿐 아니라 자영업자 대출 증가, 거래절벽 부동산, 기업의 수출과 투자 감소 등 곳곳에서 심각한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한은의 제대로 된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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