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칼럼] 세계가 생사 건 전쟁 중인데, 한가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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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세 칼럼] 세계가 생사 건 전쟁 중인데, 한가한 한국

   
입력 2019-05-12 18:09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前 금융감독원장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前 금융감독원장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였던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무산됐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란 돌발 상황까지 발생했다. 다만 향후 4주 정도의 시간은 남아있다. 협상이 잘 마무리되어 당초 예상대로 6월 양국 정상이 합의문에 서명할지 아니면 양국간의 기싸움으로 장기화될지는 오리무중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보다 타결이 희소식임은 분명하다. 경제적 이해가 걸린 사안이면 동맹이나 우방 여부에 상관없이 무역전쟁을 불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분명 다음 표적(Target)은 대미 무역흑자가 많은 일본 독일 한국 등을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다른 친교를 과시한 일본 아베 총리와의 잦은 회동에서 계속 통상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도 통상 고지서가 조만간 날아올 것 같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국가로 지목된다. 대중 수출에서 차지하는 중간재 비중이 무려 80%에 달해 미국이 중국산 수입을 축소하거나 중국이 미국산 수입을 확대시 한국은 이중타격을 볼 수 밖에 없다.

이번 미·중 무역전쟁은 단순히 대미무역흑자 축소 차원의 전쟁이기보다 미래의 세계 경제 주도권을 결정하는 기술 패권 전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만큼 최근 10여년간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성장 속도가 눈부시게 빨라 미국과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데 대한 미국의 우려와 견제 심리가 발동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5G 기반 통신 경쟁을 앞두고 세계 최대 통신 장비 업체인 중국 화훼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견제조치다. 미국은 사이버 안보 위협을 이유로 동맹국인 유럽 호주 일본 등에 화훼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도록 요청했고 화훼이 창업자 딸인 멍저우 CFO를 이란 제재 위반과 기술 절취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번 미·중 무역전쟁에서 부각된 중국 정부의 야심찬 '중국제조2025' 계획에 의하면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술분야에서 중국은 벌써 한국을 추월하고 있어 미래 한국 수출에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이미 자동차, 조선, 철강, 화학 등 한국을 대표하는 수출 제조업들이 중국기업들의 가격과 물량 공세로 세계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러하다.


국내외 주요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전망을 계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0.3%로 발표되자 노무라 증권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1.8%로 대폭 낮추어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미·중 무역협상 타결과 추경 등으로 하반기 성장 회복을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미국의 통상 공세와 대중 수출 감소를 감안할 경우 수출 감소를 만회할 내수 분야에서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정부의 성장전망(2.6%) 달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원 달러 환율이 1170원대로 급등하는 등 원화 가치 약세 현상은 이러한 우리 경제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민간 분야의 설비 투자와 건설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내수산업 육성을 위해 관광, 금융, 의료, 보건 등 선진국형 서비스 산업 육성도 필요하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으로 새롭게 형성될 글로벌 무역 질서 및 산업재편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한국은 수출 변방국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4차 산업 등 신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급격한 부상을 생각할 때 국가간 기술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면 미래기술 분야에 대한 규제 완화와 생태계 조성에 한층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최근 '세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원작 The absent superpower) 출간으로 국내외에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피터 자이한에 의하면 '미국이 앞으로 세계 경찰국가의 역할을 줄일 경우 세계 질서에 무질서가 초래되고 유럽과 중동, 동북아가 가장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예견하고 있다. 특히,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낀 한국의 경우 외교·경제·군사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을 둘러싼 미래 상황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데도 국내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극한 대치로 나가고 있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 정치권과 정부의 합심대응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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