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IMF 폭풍전야` 데자뷰

박정일기자 ┗ 日, 포토레지스트 2번째 수출 허가…"불확실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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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IMF 폭풍전야` 데자뷰

박정일 기자   comja77@
입력 2019-05-13 18:04

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대학생이었다.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만 가면 최소 '중산층' 수준의 풍요로운 삶을 살 줄 알았다. 토익과 학점, 취업보다는 상아탑의 낭만과 진지함을 즐길 뿐이었다. 그럴만도 했던 것이 당시 우리 경제는 10% 성장률이 기본처럼 보일 만큼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잃어버린 10년'을 겪던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앞만 보고 달리던 시점이었다. 당시 정치권과 언론은 정권 재창출에만 관심을 집중했고,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몇달 전까지도 거의 모든 언론들은 외환위기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당시 여러 지표들은 이미 경고음을 보내고 있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늘어나는 외채, 태국을 시작으로 한 신흥국의 연쇄 금융위기가 몰려왔고 그 파도는 한국까지 덮쳤다. 정권 창출을 위해 애써 외면했거나 혹은 무지했던 정치권 덕분에 '중산층'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산산이 무너졌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금을 모아 나라 살리기를 했고, 우리 경제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겨우 도달했다.
돌이켜보면 IMF가 우리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소위 '뒤통수'를 맞았기 때문이다. 입막음을 하고 귀를 막는다고 현실이 바뀌지 않지만, 당시 정치권은 그렇게 했고 결국 많은 시민들이 길거리로 내몰렸다. 이후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정치는 여전히 바뀌지 않는 모습이다. '소득주도 성장'에 꽂힌 여당은 고집불통이고, 야당은 집 밖에 나가 과거의 영광을 찾을 세 규합에만 몰두하고 있다. 정치권은 여전히 시민을 가르치려 하고 기업 위에 군림하는 모습이다.

최근의 여러 경제 지표는 또 다시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대 초반까지 하향 조정하고 있고, 특히 IMF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금리 인상과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 움직임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이어진 흐름이다. 하지만 운 좋게도 우리 경제는 메모리반도체의 초호황 덕분에 그럭저럭 수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착시현상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도체를 제외한 ICT(정보통신기술) 수출액은 지난해 922억달러(약 104조7000억원)로, 2010년 이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실제로 작년 하반기부터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이 이어졌고, 우리 수출은 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를 이어갈 만한 성장동력은 전무(全無)하고,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까지 덮치면서 먹구름만 끼어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잇따른 대중국 관세부과로 한국의 수출이 총 0.14%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금액으로 따지면 1조원이 넘는 수준이다. 우리 연간 수출이 작년 기준으로 6000억달러(약 707조원)에 이르는 만큼 크게 의미없는 숫자로 보인다. 그 정도에 그친다면 다행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이는 우리가 단순히 중국에 수출하는 제품 가운데 다시 미국으로 넘어가는 제품만을 단순 수치상으로 집계한 것이다. 실제로 무역협회 역시 관세부과로 인한 직접적 영향뿐만 아니라 기업의 투자지연, 금융시장 불안, 유가 하락과 같은 간접적 영향까지 고려하면 수출감소분이 0.14%보다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역시 미중 무역전쟁이 최악까지 가면 한국 수출이 3.1%, 국내총생산(GDP)이 2.33%까지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심각한 위기의식이 필요하다. 지금 표심만을 신경쓰다간 우리 경제는 또 다시 1997년 IMF,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을 겪을 수 있다. 그 피해는 우리 뿐 아니라 죄없는 자녀세대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그렇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편 가르기에만 집착하고 있다. 과거 정권 창출을 위해 자행했던 정치권의 지역갈등 조장, '북풍' 또는 '꼴통' 공격 등이 지금은 기업과 노동계, '평화'와 '위장평화'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다. IMF 당시 받았던 상처는 22년이 지난 지금도 아물지 않고 있다. 반목만을 계속하는 정치권에 지금 경제를 직시하라고 묻고 싶다. 지금 IMF 폭풍전야의 데자뷰를 보는 것 같다. 피할 순 없을지라도 잘 준비하면 아픔은 덜할 것이다.

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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