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역협상도 `굿딜 아니면 노딜`… 벼랑끝 압박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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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무역협상도 `굿딜 아니면 노딜`… 벼랑끝 압박 전략

김광태 기자   ktkim@
입력 2019-05-14 18:16

어설픈 합의보다 "손뗄 것" 으름장
'강력한 대통령' 각인 재선 승부
경기지표 호황도 강경고수 한몫





美中 무역전쟁 초강경 대응 배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초강경 협상 전략에 대해 부동산 비즈니스맨으로 잔뼈가 굵은 그의 협상 노하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굿딜(good deal)이 아니면 노딜(no deal)도 감수하겠다"며 상대방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협상 전술이라는 것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0일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선거라는 새로운 프리즘을 통해 대중 무역협상을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매체는 "선거정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에 슬금슬금 파고들었다"며 "그는 잠재적인 도전자 중 누구보다 더 자신이 중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겠다고 벼르고 있다"고 풀이했다.

어설픈 합의문을 내놓으며 '무역전쟁 승리'를 주장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노딜'을 선언하고 협상에서 손을 떼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에겐 정치적으로 더 좋은 위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들고나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아무런 합의를 하지 않고 협상장을 떠난 것과 동일한 맥락인 셈이다.

내년 11월 재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셈법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글로벌 경제와 안보, 외교 등 여러 방면에서 입지를 넓혀나가며 초강대국 미국을 위협하는 중국의 기세를 꺾는 '강력한 대통령'의 면모를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무역협상의 막판 분수령에서 중국의 협상 태도를 강하게 비난하고, 중국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그는 지난 5일 트위터에서 "중국과 무역협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들이 재협상을 시도함에 따라 너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안된다(No)!"라며 10일부로 관세 인상을 예고했다. 9∼10일 워싱턴DC에서 예정된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여겨졌으나, 타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미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고대로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하는 조치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득 없이 협상이 끝난 뒤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중국 때리기'는 가장 효율적인 선거전략으로 통한다. 고율 관세 등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노선에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조차 내심으로 지지할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뺏어갔다"며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외쳐 승부처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 표심을 차지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협상에서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바로잡는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낸다면 그의 재선 가도에는 그야말로 청신호가 켜질 수 있다.

최근 미국의 경기지표 호조에 따른 자신감이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노선 고수에 일조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2%로 집계돼 1분기 기준으로는 2015년 이후로 4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실업률도 3.6%로 반세기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협상 장기화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텃밭인 농촌 지역, 이른바 '팜 스테이트'의 표심이 돌아설 수 있다. 이 지역에서 나오는 대두(콩)는 미국의 주력 수출품이며, 중국의 보복성 관세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아울러 관세전쟁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고율 관세가 결국은 미국 소비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높아질 수 있다.

중국 정부는 13일 성명을 내고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6월 1일 오전 0시부터 미국산 수입품 일부에 대해 추가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며 밝혔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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