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상권]무리한 상권확대 부메랑… 쇼핑몰 들어서자 맥없이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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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상권]무리한 상권확대 부메랑… 쇼핑몰 들어서자 맥없이 와르르

주현지 기자   jhj@
입력 2019-05-15 18:05
한 때 경기도 일산의 대표적인 황금상권이었던 라페스타는 주변 지역의 무리한 상권 확대로 지금은 많이 위축됐다. 라페스타 건물 1층 가게들에 임대문의 표지가 붙어있다.

고양=이슬기기자 9904sul@

이에 비해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일산 백석동 8블럭 먹자골목은 맛집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활기를 띠었다.

고양=이슬기기자 9904sul@



1부. 풀뿌리상권이 경제 근간이다

2부. 풀뿌리상권 현장을 가다

6 고양시 일산 라페스타·백석역 먹자골목

3부. 희망의 노래를 부르자



라페스타
한때 일산 상권 떠받쳤는데 이젠 곳곳에 임대문의
오가는 발길 거의 없어… 저층보다 고층이 더 심각
인위적 상권형성 毒…건너편 웨스턴돔만 사람 몰려


백석역 먹자골목
舊 상권서 분산된 고객 유입돼 되살아난 경우
삼겹살·횟집·선술집 등 저녁장사 특색 제대로
"맛집이 하나 둘 생기니 골목 전체가 살더라"

'임대 문의 010-○○○○-○○○○'

디지털타임스의 연중 캠페인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현장 탐방을 위해 지난달 30일 오후 방문한 경기도 고양시 일산 라페스타(La Festa), 눈길이 가는 곳마다 이 같은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라페스타는 고양시 일산동구 소재의 대규모 상업지구로, 2001년 착공해 2003년 문을 열었다. A·B·C·D·E·F동 6개 건물이 서로 연결돼있으며 총 길이 약 325m, 폭 26m의 거리 양쪽 각 3개씩 상가건물이 마주보고 있는 형태다. 라페스타는 개장 이후 롯데백화점 일산점과 더불어 일산신도시 상권의 양대 산맥이라 할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2000년대 초중반까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라페스타의 명성은 이제 옛말이 된 듯하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어 절로 노곤해지는 봄날이라지만 라페스타의 분위기는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그나마 활발한 상권이라 할 수 있는 라페스타 초입, 맥도날드와 마주보고 있는 알라딘 중고 서점 건물 사이 보도를 오가는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하지만 라페스타 중심부로 향하는 것이 아닌 일산문화공원을 건너 '웨스턴돔'으로 향하는 걸음이 대부분이었다.

취재팀과 함께 라페스타를 방문한 '디따 해결사' 박경환 자문위원(한누리창업연구소장)은 "라페스타 상권이 몰락한 이유는 2000년대 말 바로 건너편에 형성된 쇼핑센터 웨스턴돔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인구 변화가 크지 않은 곳에서 상권을 인위적으로 만들면 기존 상권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파주 신도시 계획 발표 등만을 보고 유입 인구가 크게 늘어날 거라 잘못 계산해 상권을 확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라페스타 내부로 더 걸어봤다. 걷는 동안 양 옆의 건물에는 카페, 인형뽑기 가게, 미용실 등 다양한 업종의 가게들이 들어서있었다. 1층에는 화장품 매장이나 스포츠용품 브랜드 혹은 주얼리 매장 등이 주로 있었다.
A동에서 F동 방향으로 걸어갈수록 마지막 장사가 언제였는지 조차 짐작할 수 없는 빈 가게들이 눈에 띄었다. 텅 빈 상가 앞에는 먼지가 켜켜이 앉은 박스들이 쌓여있거나 미처 치우지 못한 쓰레기 더미가 덩그러니 놓여있기도 했다.

층을 올라갈수록 상황은 더 좋지 않았다. F동의 3층 전체를 거니는 동안 마주친 사람이라곤 한 쌍의 커플과 건물 관리인 서너 명이 전부였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새 주인을 찾는 가게의 '임대 문의' 딱지들만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약 400m 가량 이어지던 라페스타 거리가 끝나자마자 먹자골목이 시작됐다. 보도 중앙에는 분식을 파는 포장마차들이 있었고, 양옆으로는 고깃집, 술집 등이 4~5층 높이까지 즐비하게 모여있다. 저녁에만 장사를 하는 곳이 대부분인지라 낮에는 저녁장사를 위한 재료, 주류 등을 배달한 트럭들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기도 했다.

먹자골목의 끝으로 갈수록 때묻지 않은 깨끗한 간판 다수가 눈에 띄었다. 이를 두고 박 자문위원은 "걸어둔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간판들이 많다는 것은 새로 생겨나는 가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장사가 안 된다는 소리"라고 설명했다.

라페스타 먹자골목 바로 옆에 위치한 한 카페의 점주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최정아 사장(41)은 수년 전 웨스턴돔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다가 지난해 12월 이곳에서 카페 로헤이의 문을 열었다. 그는 "라페스타 방문객들은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줄다가 재작년부터 특히 더 감소했다. 주말을 제외하곤 장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곳이 많다. 나 역시 여태 적자만 나다가 이번 달 처음으로 순이익을 봤다"고 토로했다.

발길이 줄어들자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상인들도 떠났고, 라페스타 내 공실이 많아졌다. 시급이 올라 직원을 고용하지 못해 장사를 접고 권리금이라도 받기 위해 새 임자가 나타날 때까지 월세만 내는 곳도 꽤 있다는 것이 최 사장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그 많던 손님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박 자문위원은 "라페스타를 찾던 이들은 초기엔 웨스턴돔으로 많이 옮겨갔다"며 "이후 대화, 백석 등 일산 내 상권이 추가로 생겨나면서 라페스타와 웨스턴돔에 몰리던 이들이 더욱 분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과거 죽어가던 상권이 살아난 경우도 있었다. 취재팀은 백석역 6번 출구 부근의 백석동 8블럭 먹자골목을 찾았다. 이곳은 1층은 상가, 2층은 주택으로 이뤄진 준주거지역이다.

박 자문위원이 내민 이 구역 상권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체 522개 업소가 영업 중인데 이중 239곳이 음식점이다. 그 중에서도 삼겹살, 횟집, 호프집, 일본식 선술집 등 주점이 많았는데, 낮에는 아예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다수였다.

저녁 장사가 대부분임에도 이 구역은 활기를 띠고 있었다. 이곳에서 고깃집을 운영한지 5년차에 접어든 이태영 사장(55)은 "원래 이 자리는 카페 자리였는데, 우리 가게가 문 연 후 장사가 잘 되면서 주변에 가게들이 속속 생겨났다"며 "고양시에서 상권 활성화를 위한 지원은 없었고, 대부분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주 52시간 여파로 회식이 줄어들면서 지난해보다 매출이 20% 정도 줄어들기는 했다"면서도 "그래도 이 구역은 대체로 장사가 잘 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박 자문위원은 "백석역 8블럭 먹자골목은 지난 5~6년 전에 비해 크게 살아난 상권"이라면서 "이처럼 상권이 살아나는 것은 드문 사례다. 일산 내 상권 분산과 요진와이시티 분양 등 백석동 주거공간 확대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자문위원과 취재팀은 백석역 8블럭 먹자골목을 벗어나 일산동구 풍동의 숲속마을 단지 내 상권을 찾았다. 이 구역도 백석역 부근과 마찬가지로 1층 상가, 2층 주거지역으로 이뤄진 준주거지역이었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 골목은 치킨, 부대찌개, 추어탕 등 업종의 가게가 드문드문 채우고 있어 한산한 느낌이 강했다. 간간이 임대 문의 현수막이 설치돼있기도 했다. 100m 남짓 걸어 골목의 끝에 다다르면 아직 개발하지 않은 논밭에 비닐하우스도 볼 수 있었다.

길 건너 사거리 주변에는 7~10층 건물들이 솟아있어 도보로 2~3분 거리에 밀집돼 있는 가게들은 사정이 더 나아보였지만, 불과 50m 떨어진 이 상권은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물었다.

이 골목 어귀에 있는 부동산을 발견하곤 그 곳으로 들어가 공인중개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이곳 상권은 주변 아파트가 들어설 때 같이 생겼다. 외부인 보다는 보통 이 주변 거주자나 직장인들이 찾는다"며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해당 상권이 조금씩 주춤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고양=주현지기자 jh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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