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근친상간도 예외는 없다", 美 앨라배마주 낙태 금지법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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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근친상간도 예외는 없다", 美 앨라배마주 낙태 금지법 시끌

김광태 기자   ktkim@
입력 2019-05-16 13:46

주지사 서명 땐 6개월 후 시행
반대측 "의사 범죄자로 만들어"


낙태금지법에 반대하며 애트우드 소설에 등장하는 시녀처럼 차려입은 시위자. AP 연합뉴스



공화당이 다수인 미국 앨라배마주 상원이 성폭행 피해로 인한 낙태까지 금지하는 초강력 법안을 통과시키자 미국 사회에 낙태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앨라배마 주 상원은 14일(현지시간) 임신 중인 여성과 태아의 건강이 심각한 위험에 처했을 경우 등을 제외하곤 원칙적으로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찬성 다수로 가결했다. 성폭행 피해로 임신하거나, 근친상간으로 아이를 갖게 된 경우 등에 대한 예외도 허용하지 않는다. 낙태 시술을 한 의사는 최고 99년형에 처하도록 했다. 이번 법안은 케이 아이비 앨라배마 주지사가 서명하면 6개월 후에 시행된다.

초강경 법안이 통과되자 미국사회에 낙태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인권 단체들은 이번 법안이 1973년 여성의 낙태 선택권을 인정한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위반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로 대 웨이드 법안은 노마 매코비라는 한 임신부가 낙태금지법에 대해 제기했던 위헌 소송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여론이 분분한 상태다.

낙태에 찬성하는 시민단체인 가족계획연맹 남동지부의 스테이시 폭스 지부장은 AP통신에 "아이비 주지사가 이 위험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법정으로 이 문제를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선주자 카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너무나 충격적인 소식이 앨라배마에서 나왔다"면서 "이 법안은 앨라배마주에서 낙태를 금지하고 여성의 건강을 돌보는 의사를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앨라배마 상원의원 25명이 모두 공화당 소속 남성 의원이라는 사실도 반대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의원들이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직결된 사안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6명 중 1명은 낙태가 전부 또는 대부분의 경우 합법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공화당 의원 3분의 1 이상도 같은 답변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안을 발의한 앨라배마주 테리 콜린스 하원의원(공화당)은 법안 통과 후 "이 법안은 '로 대 웨이드'에 도전하기 위한 것이며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언했다.

낙태금지 법안을 지지하는 쪽에서도 이 법안이 어서 소송을 당해 연방대법원에 올라가고 보수성향 대법관들이 판례를 뒤집어 낙태를 금하는 판결을 내리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노마 매코비라는 이름의 임신부가 낙태금지법에 대해 위헌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매코비는 당시 '제인 로'라는 가명을 썼고 검찰 측에서는 헨리 웨이드 검사가 법정에 서면서 '로 대 웨이드' 판결로 이름 붙여졌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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