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口禍之門

입력 2019-05-16 18:04

<구화지문>입 구, 재앙 화, 의 지, 문 문.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 된다는 뜻이다. 전당서(全唐書) 설시(舌詩)편에서 유래한 4자성어다. 풍도(馮道)는 처세(處世)의 달인이었다. 당나라 말기에 태어났으나 당나라가 망한 뒤 후당(後唐) 후진(後晉) 후한(後漢) 후주(後周) 등 여러 왕조에서 재상 벼슬을 했다. 그동안 여덟 명의 황제를 섬겼다. 사람들이 그에게 처세술을 물었다. 그는 웃을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설시'에 그 답을 남겼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口是禍之門·구시화지문),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로다.(舌是斬身刀·설시참신도)" 이는 말 조심하라는 일종의 권면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조심에 관한 속담이나 격언은 무수히 많다. 성경은 "혀는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고 가르친다. 명심보감엔 "입과 혀는 재앙과 근심의 문이요, 몸을 찍는 도끼다"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 속담에도 "화는 입으로부터 나오고 병은 입으로부터 들어간다"라 했다. 반대로 말의 미덕을 가르치는 교훈도 많다. 원석도 갈고 닦으면 보석이 되듯 말도 잘 닦으면 예술이 되는 것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부드러운 혀는 상대방의 뼈도 꺾어 놓을 수 있다" 등이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지 마라. 말은 한번 뱉으면 다시 담을 수 없다. 따라서 말을 할 때는 늘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말을 하는 주체가 공인일 때는 말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져야 한다. 요즘 정치권의 '막말 대잔치'를 거의 매일 목도한다. 눈앞의 지지세력 결집과 상대 진영 공격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거친 막말도 거침없이 쏟아낸다.상대를 향해 쏘아댄 말의 화살은 돌고돌아 결국 자신의 등에 꽂히게 마련이다. 말을 할 때는 신중히 생각해 하라는 '삼사일언'(三思一言)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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