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우리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엑소더스 우려가 번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7거래일 동안 한국 증시에서 1조8000억원가량을 팔아치웠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7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모두 1조8229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1조6985억원, 1244억원 어치를 각각 팔아치웠다.
특히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7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지속했다. 외국인의 연속 순매도 행진은 지난 2월 8~15일의 6거래일이 최장이었는데, 기록을 경신했다.
외국인은 반도체주를 무섭게 팔아치우는 모습이다. 반도체 업종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이후 1분기 '어닝쇼크'를 내면서 실적 감소세가 가팔라졌다. 이에 외국인은 7거래일 동안 삼성전자를 4417억원 어치를 팔아치우며 가장 많이 순매도한 데 이어 SK하이닉스를 2238억원 팔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순매도 규모만 6655억원에 달한다. 이어 삼성전기(890억원), KODEX 200(616억원), 한국전력(615억원)등 순으로 순매도 규모가 컸다.
외국인은 올 들어 '사자' 행진을 이어오다가 이달 들어 처음으로 팔자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1월 4조500억원 △2월 1408억원 △3월 3009억원 △4월 2조3921억원을 순매수하다가 이달 들어 1조2691억원 순매도로 전환했다.
이처럼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된 이유는 미중 무역협상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9~10일 이틀간 미국 워싱턴에서 제 11차 무역협상을 진행했지만, 양국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미국은 지난 10일 2000억달러(약 236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25%로 인상했다.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 부과를 선언하며 대결국면이 벌어졌다.
환율 상승 또한 외국인 이탈을 부추겼다.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환율이 상승세를 타고, 또 환율 상승이 외국인 이탈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셀 코리아는 원·달러 환율이 1170원대로 올라서면서부터 본격화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일 1179원.8원을 기록한 이후 14일 1189.4원, 17일 1195.7원으로 급등했다. 이는 지난해 말 1115.7원 대비 7.2% 오른 수준이다.
문제는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셀 코리아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투자심리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환율도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달 28~29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까지 환율 상승세가 예상되는 만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도 가속화 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다 국내 경기 둔화 우려 또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15년 이후 원·달러 환율과 외국인 매매 추이를 분석해 보면 1150원 밑에서 순매수하고 그 위로 올라가면 순매도하는 경향이 뚜렷했다"며 "환율이 지금보다 더 상승하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