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렬 에스폴리텍 대표/산기협 충청기술경영인클럽 회장
![[기고] 中企간 상생협력으로 체질을 바꾸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905/2019052002102369650001[1].jpg?var=0413 "[기고] 中企간 상생협력으로 체질을 바꾸자")
지난 10여년 간 기업부설연구소는 2만개 이상 증가하였고, 기업의 R&D 투자비도 꾸준히 증가해 2017년 62조5600억원에 달하는 등 기업의 기술혁신 역량은 투입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기술경쟁력은 답보상태다. 중소기업의 기술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 대비 77%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한 기술혁신 활동을 통한 신제품 출시, 신시장 창출과 같은 부가가치 창출도 여전히 미흡하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 기업의 최근 4년간 매출액에서 신제품 개발을 통해 창출된 매출은 28.7%에 불과하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늘어난 투자에 걸맞게 R&D 방식을 개선하고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부족한 데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개방형 혁신을 통해 기술혁신 역량을 확장하고, 기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반해, 우리의 R&D는 아직까지 자체 역량에 의존하는 일차원적 기술개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큰 덩치에 비해 유연성이 부족해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현재 진전되고 있는 산업구조의 변화에서는 산업 및 기술간 경계가 더욱 희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따라, 앞으로 기술혁신의 유연성은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즉 기업간 협력을 통해 기술혁신의 영역을 얼마나 확장하는가에 따라 향후 기업의 성패가 좌우될 전망이다. 필자의 기업 또한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석유화학 소재업체와의 협력에 공을 들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 국내 최초로 항공기 내측 창문용 소재 승인과 판매에 성공했다. 기존의 사업영역에서 충분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기업과의 협력이 불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현실에 안주하면 도태된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있었기에 협력에 나섰고 성공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협력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기술진흥협회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39.4%가 기술유출을 기술협력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꼽았듯이 협력단계에서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최근 기업의 기술혁신 활동에 있어서 협력이 적게 발생하고 그 수치 또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가 나올 만큼 혁신생태계 또한 폐쇄적인 구조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동업은 안된다는 경영상 인식과 상호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환경에서 기업 간 협력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패를 두려워하여 협력을 등한시 하는 것은 근육통을 걱정하여 '운동하지 않는 덩치'와 다를 바 없다. 실패와 시행착오는 우리 기업인들에게는 훈장과 같은 것이 아닌가.
기업의 기술협력 문화가 빠르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도움도 필요하다. 기업이 협력 파트너를 찾고 협력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네트워크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자생적으로 형성된 기업간 협력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도록 지원해주기 바란다. 이는 현 정부가 제시한 혁신성장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기업이 핵심 역량에 기초해 다른 분야의 기업과 협력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수다. 특히, 중소기업이 중심이 되는 기술협력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것이 다시 새로운 혁신의 동력이 되는 선순환적 혁신생태계 구축이야말로 앞으로 우리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이라 생각한다. 협력을 통해 우리 중소기업이 '덩치도 큰 강골'로 체질개선에 성공하여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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