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사·조선왕조실록 기록서
기후변화와의 연관성 규명해
11년·60년 기존 학설과 배치
천문연 제공
한국천문연구원은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태양흑점과 서리 관련 정보를 통해 당시의 태양활동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밝혀냈다고 20일 밝혔다.
양홍진 박사 연구팀은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서 흑점에 대한 55군데 기록을 찾아 태양의 활동주기를 연구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알려진 태양활동 주기인 11년과 60년 이외에 240년의 긴 태양활동 주기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240년 주기는 서양의 태양흑점 관측이 17세기 이후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현대 천문학계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와 중국은 12세기 이전부터 태양흑점을 관측해 기록으로 남겨왔다.
흑점은 태양활동의 직접적인 지표로, 태양 표면에서 주변보다 온도가 낮아 검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는 흑점 크기를 5개 등급으로 나눠 검은 점, 자두, 계란, 복숭아, 배 등의 크기로 표현했는데, 이들 크기는 실제 흑점 활동의 강도를 나타낸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런 태양활동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역사서에 기록된 기상현상 중에서 '서리'를 통해 밝혀냈다.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 언급된 약 700번의 서리 기록을 토대로 서리가 온도변화를 보여주는 지표임을 알아내고, 내리지 않는 기간인 '무상기간'의 시대적 변화와 태양주기 간 관련성을 파악했다.
연구팀은 흑점과 서리 기록을 비교했을 때 240년 주기로 태양 흑점이 많아진 시기에 우리나라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가 태양활동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양홍진 천문연 박사는 "우리나라의 풍부한 역사기록이 현대과학적 측면에서 매우 신빙성 있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앞으로 다양한 고천문 자료를 통해 태양의 장주기 활동을 추가 증명하는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기상과 태양-지구물리 저널(5월호)'에 게재됐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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