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미중 무역전쟁 재점화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이른바 투자 '강남 큰 손'(고액자산가)들은 해외 투자로 관심을 넓히고 있다. 큰 손들은 미국 달러 자산을 꾸준히 사 모으고 있으며, 인도와 인도네시아 증시를 유망 투자처로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식 비중을 줄이되 채권 비중을 늘리며 대체투자 등 안전자산에 앞다퉈 돈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보다 해외투자…주식보다 채권"= 20일 국내 주요 은행과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에 따르면 고액자산가들은 미국 달러와 미국 주식, 부동산 관련 사모펀드 상품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흥국 투자는 경계했다. 특히 미중 관세인상 경쟁이 재개한 것은 금융자산가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시장으로 투자처 갈아타기를 촉발한 배경이 됐다. 지난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화웨이를 겨냥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선호하는 투자처는 단연 미국이다. 김진곤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상무는 "자산가들은 미국 달러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으며 조정 받을 가능성이 높은 주식보다 만기 3~5년 정도의 듀레이션이 비교적 짧은 채권에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며 "미국 달러로 발행된 선진국 우량 채권에 집중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머징 국가는 큰 손들의 투자 경계 1순위가 되고 있다. 김 상무는 "브라질 채권은 미중 불확실성에 떨어질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이머징 로컬 통화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속 외려 주목받는 국가로 꼽혔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투자자가 대응으로 고려해 볼만한 국가는 대외의존도가 낮고 원유 순수입국이란 조건을 가진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대표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 작년 4분기 무역분쟁 격화로 세계 증시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올컨트리월드지수(MSCI ACWI)가 13% 넘게 빠진 동안 인도네시아가 유일하게 3.6% 수익을 냈다.
◇"'위기 속 절대수익'…헤지펀드 등 대체투자 인기 꾸준"= 장단기 투자매력을 보유한 금 투자는 추가 상승을 기대해 볼만한 자산으로 꼽혔다. 민 연구원은 "원자재 중에서는 단연 금이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한 선택지"라며 "국제 원자재가격의 국제기준 역할을 하는 CRB 우너자재지수 수익률이 12.5% 빠진 작년 4분기 유일하게 금은 7.5%% 수익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 대결로 인한 미국의 소비자물가 급등 위험은 '통화가치 보존 수단'으로서 향후 금 가격의 추가 상승을 기대해 볼만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관련 사모상품도 고액자산가들이 찾는 주요 투자처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상품과 메자닌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해외자산을 구조화시킨 DLS(파생결합증권), 신탁 등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이어지는 상황이다. 메자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이 결합된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 등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김현섭 KB국민은행 WM스타 자문단 도곡스타 PB 팀장은 "사실상 최근 자산가들의 투자 대부분이 대체투자일 정도"라며 "만기와 금리가 정해진 대출형 부동산 펀드는 최근 2년 5% 가까운 수익을 내며 분기마다 이자까지 발생시켜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으며 시장이 어려울수록 절대수익을 내는 헤지펀드 등 변동성을 감안할 수 있는 투자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은 최근 녹인기준이 발행시점 대비 50% 이하인 저녹인 상품을 많이 찾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