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시스템 통해 가능성 있는 기업 발굴
인허가·공장신축 등 운영노하우 컨설팅 제공
모바일뱅킹·회계 자금관리 프로그램 도입계획
금융한류 현장을 가다 ②베트남 IBK기업은행 하노이지점
기업 경영인들이 정말 가슴을 치는 순간이 있다. 고생 끝에 겨우 성공의 기회를 잡았는데, 약간의 경영자금 부족으로 그 기회가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순간이다. 이럴 때 누군가 있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면 ….
이런 소설과 같은 일을 베트남 하노이 북부에 공장을 둔 A 기업은 최근 경험했다. A사는 지난 2015년 부품 생산 기업으로 야심차게 베트남 공단지역에 진출했다. 하지만 낯선 땅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기술력은 있지만 거래가 잘 성사되지 않았다. 적자가 쌓였지만, 그대로 버텨 마침내 성공의 기회를 잡았다. 대기업의 생산 프로젝트를 따낸 것이다. 꿈에 그리던 '성공의 기회'였다.
하지만 이번엔 그동안 쌓인 적자가 발목을 잡았다. 생산 프로젝트를 수행하려면 생산설비를 늘려야 했는데, 누구도 적자 기업에 대출을 해주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주변 지인이라도 있으면 했으나, 이국 타향 베트남에서 그 것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이제 모든 게 끝났다!' 싶은 순간이었다.
"정말 동아줄을 잡는다는 심정으로 우리 지점을 찾았다고 하더군요." IBK기업은행 하노이 지점 관계자의 말이다. 영화처럼 대출이 이뤄졌다. 다른 곳과 달리 IBK기업은행은 A기업의 가능성을 봤다. 다행히 그 해 A기업은 바로 흑자 전환했다. 지금은 대금결제 금액만 수천억 원에 달하는 기업은행 최고의 고객 중 하나가 됐다.
IBK기업은행이 베트남 하노이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의 우산이 되어주고 있다. 지난 8일 베트남 하노이의 '경남 랜드마크72' 12층에 위치한 IBK기업은행 하노이 지점을 찾았다. 지점에 들어서면 왼쪽에는 예금·통장개설 등을 돕는 텔러 창구가 4개, 외환·여신 등을 다루는 창구가 13개 위치하고 있다. 지점 곳곳에 걸린 따뜻한 느낌의 그림이 아늑함을 자아낸다. 창구에는 흰 칼라가 돋보이는 하늘색 블라우스, IBK 로고가 박힌 넥타이를 한 직원들이 반긴다. IBK기업은행 하노이 지점의 총 직원은 34명으로 이 중 베트남 현지인이 26명이다. 이들 중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현지인 직원은 4명이다. MBA 출신부터 한국에 유학을 다녀온 이들까지 엘리트 직원들이 기업은행을 채우고 있다.
현재 기업은행 하노이 지점과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은 1100여개에 달한다. 이중 일부 베트남 기업도 포함돼있다. 기업은행 하노이지점은 중소기업을 위한 최적화 된 상품을 제시한다는 데 자부심이 있다. 오랜 경험으로 쌓인 신용평가시스템 등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금리도 상대적으로 낮게 운영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이날 오토바이로 50km를 달려와 기업은행을 찾았다는 상신전자의 이진호 부장은 "2016년 5월 하노이 하이정 공단에 법인을 설립하고 공장을 만들 때부터 기업은행과 함께 했다"며 "베트남 민간은행은 불안하다고 생각했고 정부 은행도 아직은 성장하고 있는 국가다 보니 믿음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기업은행은 우선 신뢰도가 높고 편리하다. 한 시간 반을 꼬박 달려와야 하는데 그런 어려움을 감수하고 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베트남 공단 전문가'로 칭할 수 있는 8명의 한국인 직원이 인허가 작업, 공장 증축 등 운영에 필요한 노하우들을 컨설팅 하듯 전수해주고 있다.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여신심사역이 절반이나 된다.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한국인 직원이 많다는 점이 특히 기업은행 하노이 지점의 강점이다.
특히 RM(Relationship Manager)으로 불리는 책임자들이 각각 하노이 북부(타이응우옌성 등), 남부(하이퐁 등) 공단을 맡고 있다. 하노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지만, 마치 각각의 공단에 두개의 지점을 운영하듯 바쁘게 움직인다. 이는 김도진 기업은행 행장의 특별주문이다. 멀게는 두 시간 씩 달려 공단을 찾는다는 게 기업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업은행은 직접 방문 뿐 아니라 고객들이 사업 운영·확장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각종 시스템을 구축해 편의성을 높일 방침이다. 우선 회계 자금관리 프로그램을 오는 10월 도입해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자금관리서비스(CMS) 등 전자금융사업과 관련 시스템을 개발·공급하는 기업 웹캐시와 손을 잡았다. 하노이 진출을 타진 중인 웹캐시와 함께 기업들이 자금관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원상연 기업은행 하노이지점 팀장은 "한국은 이 같은 프로그램이 일상화 되어 있는데 베트남은 구축되어 있지 않다"며 "기업들과 계약을 맺고 상시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핸드폰으로 조회·송금기능이 가능한 모바일 뱅킹도 이르면 오는 9월 도입한다. 베트남은 현금거래가 흔하며 금융 계좌보유율은 35%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핸드폰 보급률은 70%이상으로,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모바일 결제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모바일 뱅킹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흐름에 맞춰 모바일 뱅킹을 개발해 제공할 방침이라고 기업은행 관계자는 말했다.
하노이(베트남)=진현진기자 2jinh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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