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한류 현장을 가다 ②베트남 IBK기업은행 하노이지점
맹선배 IBK기업은행 하노이지점장
베트남 하노이의 기업은행 지점장실을 들어서면 한 벽을 꽉 채우는 책장이 있다. 지점의 활동을 담은 사진과 그간의 공적이 담긴 액자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데, 가장 위쪽에 은행과는 선뜻 어울리지 않는 빨간색의 헬멧이 놓여있다. 바로 스켈레톤 선수 윤성빈의 '아이언맨' 헬멧이다.
이 헬멧은 기업은행 하노이 지점의 3호 고객인 홍진HJC가 100개 한정으로 생산해 맹선배 기업은행 하노이 지점장(51)에게 직접 준 것이다. 베트남 하노이에 공장을 두고 있는 홍진HJC는 기업은행이 매년 선정하는 중소기업 '명예의 전당'에 오른 초우량 기업으로, 2008년 기업은행이 하노이 사무소 문을 열었을 당시부터 함께하고 있다. 이 헬멧을 볼 때마다 맹선배 지점장(사진)은 뿌듯한 얼굴을 감출 수 없다.
맹 지점장은 "홍진HJC는 기업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활발히 거래하고 있다"며 "기업은행 명예의 전당 1,2,3호가 하노이 지점의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기업은행 하노이 지점에서 만난 맹 지점장은 지난해 200개의 기업과 관계를 맺었는데, 올해 250개 기업과 거래를 트는 것이 목표다.
맹 지점장의 하노이 생활은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됐다. 1년 4개월째 머물고 있지만 최근 들어 베트남임 더욱 무섭게 성장하고 있음을 체감 중이다. 맹 지점장은 "베트남 호치민은 섬유봉제 기업, 화학 기업이 많이 진출했다면, 하노이는 2010년도 이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협력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라며 "최근에는 현대자동차 부품 관련 기업도 들어오고 있다. 공단이 많아지고 있고, 기존에 조성됐던 공단도 규모를 키우는데 분양이 잘 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의 주 고객은 한국 중소기업이다. 대기업도 일부 포함돼 있지만,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베트남에 온 만큼 이들을 위해 뛰고 있다. 사무소 시절부터 10여년의 노력이 모여 5월 기준 기업은행 하노이 지점의 대출규모는 1억7500만 달러, 자산은 3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국계 은행 중에서 법인이 아닌 지점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하지만 맹 지점장은 아직 날개를 다 펼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법인으로 전환해야 더 많은 중소기업에 손을 내밀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직원들이 공단 문턱이 닳게 방문하지만,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
맹 지점장은 "하노이 중심부에만 묶여 있다 보니 고객들에게 제대로 금융지원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하노이 지방지역에서 기업은행과 거래를 하고 싶어 하는 고객들을 위해서라도 법인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은 2017년 베트남 금융당국에 법인 전환 인가 신청을 했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법인으로 전환해야 공단 주변으로 점포를 설립할 수 있는데, 금융당국에서 최근 베트남 은행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작업을 하고 있어 허가가 늦어지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법인으로 전환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하노이를 중심으로 북부, 남부 등으로 퍼져있는 공단에서 최소 한 시간을 달려 하노이 지점을 찾지 않아도 된다.
맹 지점장은 "베트남에서 외국계 은행의 점유율은 5.8%인데, 이 중 한국계 은행은 1.4%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라며 "한국에서 베트남에 오는 기업이 연간 500~700여개 정도다. 그들에게 자급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 점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노이(베트남)=진현진기자 2ji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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