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영업비밀 침해' 신고
쿠팡 "부정한 방법 없었다" 반박
대형마트도 쿠팡 의식한 마케팅
직·간접 경쟁사들 위기의식 고조
[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쿠팡이 유통업계 '공공의 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4조원대 매출, 1조원대 적자로 대표되는 쿠팡의 '확장 정책'에 경쟁사들이 위기 의식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20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경찰에도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쿠팡이 음식 배달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영업 비밀을 침해하고 불공정 거래 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매출이 4조4000억원으로 우아한형제들의 10배가 넘는 대형 기업이 본질을 흐리기 위해 약자·피해자 행세를 하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1위 업체가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는다는 식으로 태도를 바꾼 것은 책임 있는 기업으로서 할 수 없는 부적절한 여론 호도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쿠팡은 배민이 공개하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추산해 시장조사 자료를 만든 것"이라며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새롭게 도전하는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라며 "여러 기업이 경쟁하면 고객 혜택이 늘어날 수 있는데 점유율 60%가 넘는 사업자가 신규 진입하는 사업자를 비난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쿠팡이 경쟁사의 타깃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위메프는 최근 특가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여러 차례 쿠팡을 언급했다. 생필품 카테고리에서 쿠팡보다 가격이 높을 경우 차액의 200%를 보상하는 이벤트를 하는가 하면 지난주 진행했던 ？메뜨 특가에서도 '쿠팡가격 두번 할인해 가격 파괴'라는 문구를 사용하며 쿠팡 저격에 나섰다.
대형마트 3위 업체인 롯데마트도 지난달 '극한가격' 캠페인을 펼치면서 쿠팡을 언급했다. 매일 이마트·쿠팡과의 가격 비교를 통해 최저가로 가격을 바꾸겠다고 밝힌 것. 오프라인 대형마트가 업태가 다른 쿠팡을 직접 언급하며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성장세에 직·간접적 경쟁사들이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쿠팡을 견제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해 매출 6조317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전년 대비 0.1% 감소하는 등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쿠팡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65% 늘어난 4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내부에서는 올해 매출이 7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쿠팡이 6조원 후반대 매출만 기록해도 매출 기준으로 롯데마트를 넘어서는 대형 유통업체가 될 수 있다.
배민 역시 배달 대행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는 선두 업체로서 쿠팡이 '쿠팡이츠'로 배달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탐탁지 않은 상황이다. 10여년째 이커머스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고 있는 위메프는 말할 것도 없다.
실제 위메프 관계자는 최근 행사에서 여러 차례 쿠팡을 언급한 이유에 대해 "급성장하는 쿠팡에 뒤지지 않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상 쿠팡이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수조원대 투자를 받고 1조원대 적자를 내면서도 확장을 멈추지 않는 모습에 경쟁 업체들이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에서 쿠팡을 거론하는 일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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