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형·디폴트옵션 도입 배경
작년 수익 1%… 물가상승 못 미쳐
실질수익률은 2년 연속 마이너스
제도 개선으로 고수익 구조 마련
노후 안전판·시장 체질변화 예고
[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가 발표한 기금형 제도와 디폴트옵션(자동투자제도) 추가 도입 방안은 퇴직연금의 형편없는 수익률로는 퇴직자들의 노후를 보장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실제 '쥐꼬리' 오명이 붙은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은 정부 여당이 220조 퇴직연금 개혁에 시동을 건 배경이 됐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1.01%에 그쳐 은행 정기예금(1.99%) 수익률은커녕 물가상승률(1.5%) 수준에도 못 미쳤다. 전년보다 0.87%포인트 더 빠진 것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수익률은 2년 연속 마이너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8%)을 밑도는 성적이다.
◇수익률 제고로 노후 안전판 기대=기금형과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가장 먼저 기대되는 효과는 퇴직연금의 실질적인 '노후 안전판' 역할이다. 전문가들은 제도 변화에 따른 자본시장의 체질변화가 예고된다고 전망했다.
기금형 제도가 도입되면 노사는 사업장 현황에 맞게 기존 계약형 제도와 기금형 제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제도는 근로자 동의를 받아 회사가 직접 금융기관과 계약을 맺어 운영하고 있다.
최운열 자본시장활성화특위 위원장은 "기금형이 도입되면 노사가 '기금'을 설립해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게 돼 사용자와 퇴직연금 사업자의 이해관계에 따른 계약유치 경쟁 대신, 자산운용 수익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기금형 제도 도입과 함께 확정기여(DC)형 가입자에 한해 자동투자제도, 즉 디폴트옵션 선택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전문가들의 직접 개입으로 원리금보장 상품 일색인 퇴직연금을 금융업계에 맡기는 일임 형태로 조정될 여지가 커진다. 회사가 퇴직연금을 운용해 약속된 돈만큼 주는 확정급여(DB)형과 달리 DC형은 근로자가 직접 투자할 상품을 고르는 시스템이다.
국내의 경우 퇴직연금 제도에 대한 무관심과 근로자들의 적극적인 투자 경계로 원리금 보장 상품에 방치해 놓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2017년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 2.54%의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호주나 미국 등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2013년부터 5년간 연평균 각각 9.2%, 8.6%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원금보장 몰빵에서 벗어나 실적배당 투자로 고수익 유도=국내 퇴직연금에서 실적 배당 상품에 투자되는 비중은 9.7%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이 주식이나 대체자산 등의 원금 비보장형 상품에 투자되는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최 위원장은 "우리나라 퇴직연금 기본 구조는 계약형이기 때문에 기존 퇴직연금 제도는 가입 기업과 금융회사 간 대출이라는 무기를 매개로 한 끼워팔기식 상품에 지나지 않았다"며 "수익률이 2~3%포인트만 더 나와도 기업에는 5조~6조원의 자금 운용 폭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국내 퇴직연금 자산은 오랜 기간 계약형 형태의 DB가 주류로 포트폴리오 운용방식이 아닌 원리금 보장형에 치중돼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글로벌 사례에서 디폴트옵션 도입 후 DC 전환에 따른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이 뒤따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회 문턱은 넘어야 할 산=당정은 협의를 거쳐 입법에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지만 국회 통과는 넘어야 할 산이다. 최근 여야 대치가 극에 달한 상태여서 퇴직연금 개정안이 실제 국회를 통과하기 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욱 자본시장특위 위원은 "특위의 발표를 계기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의 건설적인 논의가 이어질 수 있길 기대한다"며 "소관부처인 고용노동부도 관심을 갖고 추가검토에 면밀히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국민 노후가 달린 새 제도 도입에 있어 눈앞의 손익을 따지지 말고 국민으로부터 무한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야당을 설득했다.
차현정기자 hjcha@
용어
DB(확정급여)형 퇴직연금=퇴직급여를 지급할 의무를 기업이 지는 제도. 기존 퇴직연금 제도와 유사하게 퇴직 직전 3개월 평균 월급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을 받는다.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근로자가 적립금의 관리와 운용 책임을 지는 제도. 회사는 매년 한 달치 급여를 퇴직계좌에 적립하는 것으로 의무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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