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실패·대외환경 악화·고령화 경고등
美中 무역전쟁으로 수출 제조업 직격탄
親기업·기업입지 관점 정책 전환 시급
韓ㆍ日 경제 진단
일본경제가 2분기 연속 성장세를 기록한 데 반해 한국은 뒷걸음질 치면서 우리나라가 '잃어버린 20년'을 넘어 '잃어버린 30년'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국 모두 대외 의존적인 경제구조에서 정부의 정책기조 차이가 희비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21일 일본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세를 보인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경제는 더욱 추락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정책실패, 대외환경 악화, 인구구조(고령화) 등 세 가지 부문에서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보다 더 악화해 올 하반기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에 따르면 일본 역시 미·중무역전쟁으로 중국 수출이 줄고 제조업도 타격을 받았다. 고령화 진행으로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아베노믹스로 돈이 풀렸고 친기업적인 기조로 로봇산업 육성 등을 통해 경쟁력 있는 산업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결국 일본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경쟁력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라고 양 교수는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는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는 등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게 양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경제를 호황으로 이끈 주요원인은 법인세 인하"라며 "법인세 인하로 국내 투자를 독려하고 당장 주식시장을 활황으로 이끌었다. 이에 소비 씀씀이가 커졌고 내수가 활성화 해 시장이 정상화 됐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으로 최저임금 등 노동시장에 엄청난 문제가 생겼고 자영업자는 엄청 줄었다. 반면 농업인구가 늘었고 단기알바가 늘어서 실질적으로 보면 고용이 줄어든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일하는 사람이 줄었는데 GDP가 올라갈 순 없다"고 못 박았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본과 노동을 이분법으로 보는 우리나라 정부의 시각과 달리 일본은 자본과 노동이 결합하면 좋은 일자리가 생긴다는 기조"라며 "좋은 자본 투입되도록 하자는 기업친화적 정책을 아베노믹스에서 우선적 과제로 추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지금 정부 정책기조는 기업의 입지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큰 그림을 그리지 않고 있다"며 "지금 같은 기조로 가면 기업들이 투자를 안하고 일자리는 사라져 잃어버린 20년이 아닌 '잃어버린 30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감축, 재정확대 등으로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는 좌파 정책을 펴고 있다"며 "최근 OECD의 통계 결과를 보면 좌파정책을 펴는 국가와 미국 등 우파정책의 명암이 나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과 희비가 갈린 이유는 정책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친 기업 정책으로 기업들이 입지를 다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기업이 투자할 돈이 세금으로 빨려들어가면서 성장이 둔화하는 것"이라며 "세금을 더 거둬서 정부 지출을 늘리면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하는데, 세금을 거둬 복지 명목으로 투입해도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 역시 "정부가 착각하는데, 세금 많이 걷어서 쓰면 경제가 잘된다고 하는 미신에 빠져있다"며 "국가경쟁력 관점·기업친화적 관점·기업입지 조건적 관점에서 노동과 자본이 결합해야 양질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친기업적 관점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현진기자 2jinh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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