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칼럼] `겁쟁이 강경파` 볼턴, 전쟁을 원하는가

박영서기자 ┗ [古典여담] 密雲不雨

메뉴열기 검색열기

[박영서 칼럼] `겁쟁이 강경파` 볼턴, 전쟁을 원하는가

박영서 기자   pys@
입력 2019-05-21 18:01

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 논설위원
지난 3월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가 주최한 전문가 초청 간담회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2차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은 존 볼턴 때문이다. 점잖지 못한 표현이지만 볼턴은 한반도 문제에서 '매우 재수 없는 사람'이다." 이어 정 전 장관은 "그 사람(볼턴)을 보면 인디언 영화에 나오는, 인디언을 죽이면서 양심의 가책을 안 느끼는 '백인 기병대장'이 생각난다"는 말도 했다.


요즘 존 볼턴을 재수 없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마 이란에 더 많을 것이다. 극한 대치를 벌이고 있는 미국·이란 관계의 배후에 콧수염을 기른 그가 있기 때문이다. 중동에 12만명 병력을 파견하겠다는 계획을 배후에서 주도한 인물이 볼턴으로 알려지자 이란은 "트럼프가 '콧수염' 말을 듣고 전쟁을 벌이려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CNN도 존 볼턴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을 속삭이는 자(war whisperer)'라고 규정했다. CNN은 "트럼프와 볼턴은 베네수엘라나 북한 정책에 대해서는 입장이 다를지 모르지만, 두 사람이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는 한 나라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이란"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이란과의 대결 태세를 강화하는 현 상황은 이라크전쟁 개전 직전과 흡사하다. 볼턴은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 개전에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당시 국무부 국제안보담당 차관과 군축담당 차관이었던 볼턴은 무력 행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정보를 조작해 언론에 발표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 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를 입수했다면서 개전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 증거는 나중에 허위로 밝혀졌다. 그 사이 이라크는 나라가 '쑥대밭'이 돼버렸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전략적 대실패'였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지만, 볼턴은 16년이 지난 지금에도 자신이 한 역할에 대해서 후회는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전쟁광'으로 불리는 볼턴은 예일대학 로스쿨 출신이다. 그가 대학을 다녔던 1960년대 후반, 베트남전 반대 운동이 거셌다. 특히 동부의 명문 예일은 평화운동의 총본부 격이었다. 볼턴은 또래 대학생들과 달리 베트남 전쟁을 지지했다. 그렇지만 그는 베트남전 참전 대신 주방위군 입대를 택했다. 전쟁터와는 거리가 먼 메릴랜드 주방위군으로 입대했다. 당시 주방위군 입대는 베트남전 징병을 피하는 방법이었다. 미국에서 이런 사람들을 '치킨호크'(chickenhawks)라고 부른다. 치킨은 겁쟁이, 호크는 강경파를 뜻한다. 하기야 부시 행정부에서 이라크 전쟁을 벌이자고 목청껏 외친 사람 가운데 제대로 군 복무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부시 전 대통령도 텍사스 주방위군 출신이고 딕 체니 전 부통령도 베트남전 징집 연기 신청을 4차례나 해 모두 승인받았다.



이런 볼턴을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한 것은 이란 핵합의 파기 한 달 전이었다. 볼턴의 전임자였던 3성 장군 출신 허버트 맥매스터는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함께 핵 합의 유지에 적극적이었다. 이제 트럼프 주위에는 맥마스터나 틸러슨,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같은 냉정한 두뇌가 없다. 지금 트럼프를 둘러싼 인물들은 오랫동안 이란과의 전쟁을 지지해 온 볼턴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같은 '슈퍼 매파'들이다. 국방부 장관은 미국 방산업체 보잉 출신인 패트릭 섀너핸이 대행하고 있다.
볼턴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취임하자 대(對) 이란 무력행사의 길을 찾으면서 반대세력을 하나 하나 배제해 왔다. 볼턴이 승승장구하는 사이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그에 대해 AFP통신은 "볼턴은 역대 행정부 보좌관 중 가장 강력한 위치에서 미국을 전쟁으로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폼페이오가 강성이라고 하지만 볼턴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그런데 최근들어 볼턴의 입지가 축소되는 분위기다. 변덕 심한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의 대 이란 강공책에 짜증을 낸다는 소식이다. 지난 5일(현지시각) 볼턴이 이란의 군사 도발 징후를 근거로 항모전단과 전략폭격기를 중동에 배치하고 있다는 성명을 직접 발표한 게 시발점이었다. 자신을 제치고 한걸음 앞서 나가는 볼턴이 트럼프는 마음에 안드는 것이다. 2인자를 허용하지 않는 대통령의 성격을 잘 아는 볼턴이 앞으로 이란 사태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굽히면서 눈치를 살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말로 그의 입지가 축소됐는지는 불확실하지만 볼턴이 대 이란 정책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거의 평생 동안 이란과의 전쟁을 주장해왔던 볼턴이다. 트럼프를 지렛대 삼아 볼턴은 정말로 전쟁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그의 '호전적' 노선이 몰고 올 파장을 국제사회는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