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과 함께 강간치상 혐의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뇌물 혐의만으로 영장을 청구했던 검찰이 건설업자 윤중천(58) 씨에게 강간치상 혐의로 영장을 청구하면서 "윤 씨가 피해 여성에게 김 전 차관과의 성관계를 강요했다"는 혐의를 적시했다.
성 관계를 맺은 사람에 대해서는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정작 성 관계를 종용한 이에게 혐의를 적용한 셈이다.
윤 씨가 구속되면, 김 전 차관에 대한 성범죄 수사 역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윤 씨의 구속영장에 여성 이모 씨를 지속적으로 폭행·협박해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로 만든 뒤 자신 및 지인들과 성관계를 강요했다는 범죄사실을 포함했다.
강간치상의 혐의다. 이 혐의는 공소시효가 15년이다. 윤 씨의 이 혐의가 인정받으면 공범이 있는 경우 같은 처벌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 씨는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 들어가 김 전 차관을 모시라'는 윤 씨 지시에 따랐다고 주장하는 여성이다. 이 씨는 이후 2006년 10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매주 2∼3차례 김 전 차관이 오피스텔로 찾아왔다고 주장해왔다. 이 씨는 이 과정에서 "원치 않는 성관계와 동영상 촬영이 일어났다"며 2014년 김 전 차관과 윤 씨를 특수강간 혐의로 고소했으나 당시 검찰은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과거와 달리 현 검찰 수사단은 윤 씨가 이 씨를 협박해 김 전 차관을 포함한 사회 유력 인사들과 성관계를 맺도록 했다고 보고 있다.
이 씨는 심지어 윤 씨로부터 총, 칼 등 흉기를 동원한 위협이 있었다고 진술해왔다.
범죄사실에는 윤 씨가 김 전 차관과 함께 2007년 11월 13일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이 씨를 성폭행한 점이 포함됐다. 수사단은 남성 두 명이 이 씨와 성관계를 맺는 사진을 확보해 범죄 일자를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남성은 윤 씨와 김 전 차관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윤 씨와 김 전 차관의 성폭력으로 2008년 3월부터 우울증, 불면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진료기록도 제출했다. 이 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으며, 정신과 치료는 2014년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수사단이 윤 씨에게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한 근거다. 흉기 등을 이용하거나 2명 이상이 합동한 특수강간은 2007년 12월 21일 이후 일어난 범죄만 공소시효 15년이 적용된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전인 2007년 11월에 일어난 특수강간은 공소시효(10년)가 지나가 버렸지만 강간치상의 경우 발병시점을 기준으로 시효를 적용하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남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상해'에는 불안과 불면, 우울증, 대인관계 회피 등 정신과 증상도 해당된다.
앞서 수사단은 이 씨와의 성관계가 드러날 것을 우려한 김 전 차관이 윤 씨와 이 씨의 보증금 분쟁에 개입한 점을 들어 김 전 차관에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윤씨가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되면 수사단은 집중적으로 추가 조사를 벌여 김 전 차관에게도 같은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