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인사이트] 낙태 합법화 1년… 긴 대기행렬·오진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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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인사이트] 낙태 합법화 1년… 긴 대기행렬·오진 논란도

조은애 기자   eunae@
입력 2019-05-22 17:59

합법화 1년 … 원정 줄었지만
인프라 미흡하고 오진 논란도





조은애 통신원의 유로 인사이트
한국과 아일랜드는 여러모로 닮았다. 두 국가 모두 식민 지배를 받은 역사가 있으며, 독립 이후 현재까지도 분단 국가다. 보수적이지만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낙태다.

오는 25일(현지시간) 아일랜드는 낙태 합법화 1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5월 아일랜드는 국민 투표를 거쳐 찬성 66.4%로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한 수정 헌법 8조를 삭제했다. 이에 따라 아일랜드는 지난 1월부터 낙태 시술을 병원에서 합법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 4월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사실상 낙태죄를 위헌으로 결정했다. 2020년 말까지 낙태죄 법조항 개정을 앞두고 있는 만큼 최근 비슷한 절차를 밟은 아일랜드를 선례로 할 수 있다.

아일랜드는 임신 12주 이내만 낙태를 허용하며, 그 이후는 산모의 생명에 큰 위협이 있거나 태아가 출산 이후 28일 이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등 특별한 사유 이외에는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다.



실제로 아일랜드 내에서 이뤄지는 낙태가 증가했다. 아일랜드 방송사 RTE 등 외신에 따르면 낙태 합법화를 지지하는 아일랜드 내 의사들의 모임인 START의 가입 회원 의사들이 한 달에 진행하는 낙태 시술이 총 800∼900건으로 늘었다. 민간 병원인 아피디아(Affidea)는 초음파를 이용한 낙태 시술을 올해만 500건 이상 진행했다.
반면 낙태 시술을 받기 위해 이웃나라인 영국으로 원정을 떠나는 사람들은 줄었다. 영국 내 70개 이상 의료시설을 갖춘 영국 임신 자문 서비스(British Pregnancy Advisory Service)는 아일랜드 국적을 갖고 있는 여성의 낙태 시술이 지난해 257건에서 올해 64건으로 75% 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낙태 시술이 결정났다고 해도 3일 간의 숙려 기간이 있는 데다 모든 병원에 낙태 전문의나 시설이 구비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로나 머피 산부인과 전문의협회장은 RTE와의 인터뷰에서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은 의사와 약속을 잡고 스캔을 한 뒤 병원 측에서 낙태가 가능하다는 확인서를 받는 등 절차를 거친 후 3일 숙려 기간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3일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했다는 점도 한계다. 현재 아일랜드 내 19곳의 산부인과 전문병원 중 절반인 10곳만 낙태 시술을 제공하고 있다. 국립산부인과병원은 지난 16일 건강상 문제가 없는 태아의 상태를 잘못 진단하고 낙태를 한 것으로 나타나 조사를 받고 있다.

이와 달리 북아일랜드에서는 낙태에 엄격한 처벌을 하고 있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북아일랜드는 영국에 속해 있으면서도 영국의 낙태법을 적용하지 않는다. 영국은 임신 24주 이내의 경우 낙태를 허용하는 반면, 북아일랜드는 낙태한 여성뿐 아니라 이를 도운 사람도 종신형에 처하도록 하는 법을 갖고 있다. 지난 2013년 당시 15살이던 본인의 자녀를 위해 낙태약을 구입한 한 여성은 현재 법원의 처벌을 앞두고 있다.영국 신문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매주 평균 28명의 북아일랜드 여성이 낙태 시술을 받기 위해 영국으로 떠난다. 지난 2017∼2018년 북아일랜드 내에서 이뤄진 낙태 시술은 총 12건이라고 영국 보건부는 밝혔다.

더블린(아일랜드)=echoscv@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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