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 갈등’ 휩싸인 르노삼성 노조… ‘밥그릇’ 걷어찬 결정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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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 갈등’ 휩싸인 르노삼성 노조… ‘밥그릇’ 걷어찬 결정적 이유

김양혁 기자   mj@
입력 2019-05-22 17:59

예상외 임단협 합의안 부결
신차 XM3 물량 배정 불투명
스페인 공장 생산 방안 검토
결국 르노 脫한국 논란 고개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르노삼성자동차가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노동조합이 11개월 만에 사측과 마련한 임금과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면서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르노삼성 노사 모두 적잖게 당황한 모양새다.
하지만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전체 수출 70%가량을 차지하는 위탁생산물량인 로그 대체 차종 배정을 받지 못할 경우 존폐에 기로에 서게 된다. 현 추세라면 작년부터 르노삼성과 르노를 철저히 양분해왔던 전략에 무게가 실리며 작년 한국지엠(GM) 사태처럼 프랑스 르노가 손을 털고 나가는 탈(脫)한국 논란이 다시금 고개를 들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지역경제에도 다시 '적신호'가 들어왔다.

◇또다시 '악순환'…르노삼성 노조, 전면파업 가나 = 22일 르노삼성 노조는 이날 대의원을 모아 임단협 교섭과 파업에 대해 상무집행간부 회의와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노조는 오는 27일 천막농성을 시작할 방침이다.

앞서 노조 측은 지난 14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할 시 "무기한 전면파업" 방침을 내세운 바 있다. 전날 투표 결과에서 나타나듯 노조 내 조합원의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비치는 만큼, 기존에 세웠던 파업을 강행하자는 의견이 급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미 노조는 작년 6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닻을 올린 임단협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같은 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62차례(총 250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로 인한 차량 생산 차질은 1만4320대, 금액으로는 2806억원에 달한다. 작년 르노삼성이 벌어들인 매출 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현재로선 딱히 수가 없다"며 "일단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설마' 누구도 예측 못했다…'노노 갈등'이 배경 = 르노삼성자동차 노조가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실시하는 당일까지도 무난히 가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작년 6월부터 약 1년이나 끌어온 임단협에서 노사 양측이 필요 이상으로 소모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부산공장 중심으로 조합원 규모가 가장 많은 기업노조는 찬성 52.2%, 반대 47.2%로 합의안에 찬성했지만, 정비인력 위주의 영업지부에서 찬성 34.4%, 반대 65.6%로 반대가 높게 나타나면서 전체 투표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르노삼성 노사가 약 1년에 걸친 시간 동안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는 동안 노조 내부에서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결과로 해석된다. 부결의 주체였던 르노삼성 영업 판매직의 경우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전환해 현재 정규직이 거의 없고 비정규직 딜러로 운영되고 있다. 외주용역화에 따른 고용불안이 영업 AS(사후서비스)정비소에 근무하는 조합원에게 영향을 줬고, 부산공장보다 기본급이 낮아 최저임금 미달자가 상당한 데 따라 기본급 동결에 대한 반대의사를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노조 측은 분석했다.

◇'삼성' 지우는 르노, 마음 굳히기 나서나 = 노조 찬반투표가 부결되자, 사측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당장 올해 위탁생산이 종료되는 닛산 로그 물량을 대체할 신차로 'XM3'를 우선순위로 꼽고 있지만, 르노삼성 노사의 불협화음이 지속할 경우 프랑스 르노 본사가 어떤 칼을 빼 들지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르노는 XM3 수출 물량을 스페인 공장에 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르노삼성은 작년 5월부터 수입·판매한 해치백 신차 르노 클리오 출시를 계기로, '삼성' 떼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클리오에 이어 경상용차 마스터까지 모두 '르노 엠블럼'을 달고 출시했다. 르노는 아예 초소형전기차 '트위지'까지 수입·판매차를 따로 모아 르노삼성과 르노 홈페이지를 별도 운영하고 있다. 이를 두고 오는 2020년까지로 예정된 삼성과 브랜드 사용계약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제 좀 나아지나 했는데…부산지역 '충격' = 지역경제도 충격에 빠졌다. 이날 부산상공회의소는 르노삼성 합의안 부결에 대해 긴급 성명을 내고 "르노삼성 노사가 회사를 살리고 지역경제와 협력업체를 위한 합의안을 어렵게 도출했으나 최종 투표에서 부결돼 안타깝다"며 "르노삼성차 노사는 파국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협상테이블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장 르노삼성 정상화를 촉구했던 지역 협력업체들은 당장 존폐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작년 10월 르노삼성의 본격적인 파업이 시작된 뒤로 인력이나 물량 수급 계획이 틀어진 데다 향후 후속 물량 확보마저 실패할 경우 도산하는 협력업체가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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