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빠지면 환자인가요?" `질병지정` 만이 답은 아니죠

김위수기자 ┗ `타다` 어쩌나… 이번엔 불법파견 논란

메뉴열기 검색열기

"게임에 빠지면 환자인가요?" `질병지정` 만이 답은 아니죠

김위수 기자   withsuu@
입력 2019-05-22 17:59

WHO총회 '게임중독=질병' 지정 초읽기
"약 팔기 위해 병 만드는 과도한 의료화"
과잉진료·질환자 낙인 등 부작용 목소리
게임중독세 논란에 복지부 "사실무근"





"약을 팔기 위해 병을 만드는 과도한 의료화가 게임업계에도 일어나고 있다."(이경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 겸 게임과학포럼 상임대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WHO(세계보건기구)의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 11차 개정판(ICD-11) 최종 의결을 앞두고 게임산업 위축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임중독 질병 지정 여부가 달려있는 제72회 세계보건총회(WHA)의 폐막까지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ICD-11이 최종 승인될 경우, 오는 2022년부터 국제적으로 효력이 발생하며, 국내에서도 오는 2025년 이후 부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ICD 기준이 KCD에 그대로 반영됐던 전례에 비춰, WHO의 이번 결정 역시 한국 게임업계 및 의료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ICD-11 원안 통과가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따라서 게임업계 에서는 WHO의 움직임보다는 후속조치, 부작용 예방에 더 집중해야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과잉진료·낙인…부작용 속출 '우려'=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지정될 경우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은 대표적으로 과잉진료가 있다. 이경민 교수는 지난달 열린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장애가 초기에는 비보험 항목으로 분류돼 수가 규제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게임중독으로 코드를 부여하면서 수익성 측면에서 이를 인센티브로 악용하는 의료인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게임중독 증세가 스트레스·우울증 등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데, 단순히 '게임중독'이라는 진료로 치료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점이다. 이 교수는 "우울증이라고 진단할 경우, 부모님에게도 책임이 있어 보이지만 게임중독 이라고 하면 얘기가 쉬워져 보호자의 거부감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한 진단 코드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잉진료가 결국 올바른 치료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문제로 이어진다. 중독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도 지난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임은 현상이지 원인이 아니다"라며 "치료를 위한다면 원인을 이야기할 것이고, 게임업계의 매출이 필요하다면 현상을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울증 등 다른 질병에서 유발된 게임중독 증상 혹은 자연스런 몰입 증상을 보인 이용자들에게 '정신질환자' 낙인을 찍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게임중독세' 논의로 이어질까= 게임중독 질병지정이 '게임중독세' 신설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담배에 일정 금액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해 흡연자들을 위한 각종 건강증진 사업을 추진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지정될 경우, 게임중독 예방 혹은 치료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명목으로 세금을 부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게임중독세의 상당부분을 게임사로 부터 거둬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같은 시도는 이미 국회에서도 시도된 바 있다. 지난 2013년 손인춘 전 의원은 게임중독 치유를 위해 게임사 매출의 1% 이하에서 부담금을 징수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관계부처의 반대에 자동폐기 됐지만,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서 또 다시 비슷한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도자 의원은 "게임중독자 치료를 위한 게임중독예방치유부담금을 게임업체에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게임중독세를 추진하거나 논의한 사실이 없다"면서 일단 관련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향후 WHO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공식화 할 경우, 게임 수익자인 게임업체에 대한 과세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어, 게임업계는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김위수기자 withsuu@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