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6·25 때처럼 맞서자` 反美 시동 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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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6·25 때처럼 맞서자` 反美 시동 건 中

박영서 기자   pys@
입력 2019-05-22 17:59
강원도 철원 오성산과 남대천 사이에 '상감령'(上甘嶺)이란 598m 높이의 고개가 있다. 1952년 10월 14일 이곳에서 격렬한 전투가 시작됐다.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돕다)에서 가장 처절한 전투로 불리는 '상감령 전투'다. 한국에선 '저격능선 전투'라 부른다. 이날 새벽 미 7사단과 국군 2사단은 폭격기, 대포, 탱크의 엄호 아래 기습공격을 감행했다. 중공군 2개 중대가 지키고 있던 3.7㎢ 면적의 이 곳에 엄청난 포탄이 쏟아졌다. 제임스 밴 플리트 미8군 사령관은 전쟁이 교착상태가 되자 중공군의 기선을 제압할 생각으로 공격을 준비했다. 밴 플리트는 이 고지 하나 쯤은 큰 피해 없이 단기간에 점령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오판이었다. 양측간 병력 충원이 이어지면서 전투는 43일을 끌었다. 집중포화로 산 높이가 2m 낮아질 정도였다. 중국 자료에 따르면 미군은 190여만 발, 중공군은 40여만 발의 포탄을 쐈다. 화력 밀집도로 따지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았다.


'최후의 한 사람까지 진지를 지키자'라는 구호 하에 중공군은 지하갱도를 파서 버텼다. 중공군은 물·식량·탄약 부족에다 산소 결핍까지 발생하는 악조건을 견디며 전투를 치렀다. 이 곳에서 중공군 1만5000여명이 전사했다. 분대장은 전원 전사했고 연대 간부의 전사율은 65%에 달했다. 황지광(黃繼光)이란 병사는 이 전투에서 전사하면서 '특급 전쟁영웅' 이 됐다. 현재 그는 중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있다. 악전고투 끝에 중공군은 중부전선에서 가장 큰 산인 오성산을 방어했다. '상감령 정신'이 탄생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영화로 만들 것을 지시했다. 1956년 '상감령'이 개봉됐다. 거의 모든 중국인들이 이 영화를 봤다. 주제가 '나의 조국'은 '제2의 국가(國歌)' 대접을 받을 정도였다. 지난 2011년 백악관에서 열린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환영만찬에서 피아니스트 랑랑(郞朗)은 이 노래를 연주했다. 미국의 집중적인 압박을 받고있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의 런정페이(任正非) 회장도 '상감령 정신'을 자주 강조한다. 그는 지난해 10월 상하이연구소에서 행한 연설에서 "5G 전쟁은 회사의 생사존망과 관련돼 있다. 대가를 아끼지 않고 승리를 거둬야한다. 상감령 사수는 전적으로 여러분들에게 달렸다"고 결연하게 말했다.




지난주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가 황금시간대에 중국의 6·25 전쟁 참전을 다룬 고전영화 등을 긴급 편성해 4일 연속 방영했다. 16일 저녁 '영웅아녀'(英雄兒女·1964)가 갑자기 방영됐다. 당초 이 시간에는 '아시아영화주간-레드카펫' 프로그램이 방송될 예정이었다. 17일에는 '상감령', 18일에는 '기습'(奇襲·1960), 19일에는 장진호 전투를 다룬 기록영화 '빙혈(氷血) 장진호'를 잇달아 내보냈다.

CCTV가 방영 계획을 바꾸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상감령 등을 전격 방영한 것은 미중 무역전쟁이 '감정 전쟁'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상감령에서 미국의 공격에 맞섰다면서, 이번에도 '항미원조'의 결연한 의지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공격을 쳐부수겠다는 각오다. 중국 관영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도 "미국의 끊임없는 도발은 중국인들에게 적개심을 갖게 한다"면서 반미 감정 조장에 나서고 있다. 감정에 불이 지펴진 이상, 미중 무역전쟁은 새로운 차원으로 전개될 듯하다. 강대국 사이에 낀 한국, '냉전 2.0'의 도래를 바라보는 한국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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