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지주제, 오랜 꿈… 박정희 대통령 국민주 청약 직접 받아" [박종규 바른경제동인회 회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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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지주제, 오랜 꿈… 박정희 대통령 국민주 청약 직접 받아" [박종규 바른경제동인회 회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19-05-23 17:58
박종규 바른경제동인회 회장·KSS해운 고문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박종규 바른경제동인회 회장·KSS해운 고문


종업원 사주조합을 통해 직원이 주인인 회사를 만드는 것은 박 회장의 오랜 꿈이었다. 1967년 대한해운공사 조선과장으로 있으면서 사주조합을 만드는데 산파역을 맡았다. 정부가 대한해운을 불하한다는 소문이 자자할 때였다. 박 회장은 사주조합을 중심으로 대한해운 국민주 사기운동을 벌였다. 당시 청와대와 선이 닿았던 이맹기 사장에 청해 박정희 대통령을 국민주 주주로 모시려는 계획도 짰다. 종업원이 회사 주식을 소유하고 자본을 국민에게 공개하도록 하면 정부가 추진하는 불하(민영화)를 막을 수 있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당시 이맹기 사장이 실력자였어요. 청와대에 대통령 면담을 신청했는데 들어오라고 그래요. 이 사장을 졸라서 사주조합 사무국장이었던 내가 들어갔지요. 당시 중앙정보부 이후락 부장이 함께 갔는데, 국민주 매입에 먼저 서명을 하라고 그랬어요. 않더라고.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 서류를 내놓았더니 박 대통령이 '아 훌륭한 일 하네. 아 그거 참 좋은 생각이야' 그러면서 선뜻 매입 동의 서명을 하는 겁니다. 집무실에서 나와 이후락 부장한테 다시 서류를 내밀면서 사인하라고 했지요. 대통령이 사인했는데 안하고 배겨요? 청와대에서 나오는데 아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박 회장은 '대통령이 국민주 매입 서명까지 했는데, 설마 불하하겠나'라고 생각하며 안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상황은 하루 저녁에 불하 결정으로 확 바뀌었다. 박 회장은 "아 속았다는 것을 알았어. 내가 순진했던 거야"라며 그 때를 회고 했다. 그러나 그 직전 박 회장은 일을 벌였었다. 불하 소문이 파다해지자 박 회장이 주도가 돼 신문 광고를 통해 사주조합은 반대한다는 의사표명을 확실히 하고자 했다. 당시 석간이었던 중앙일보 1면 하단에 '대한해운공사 우리사주조합 일동' 명의로 성명서를 내고 대한해운공사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광고를 냈다. 장안이 발칵 뒤집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기관 요원이 가판에 난 것을 보고 이후 판부터 내렸다. 정보부 요원이 들이닥쳐 주모자 색출에 나섰으나 박 회장은 피신해 있어서 연행을 모면했다.
당시 종업원이 회사를 소유하고 자본을 국민에게 공개한다는 생각은 사회주의자 또는 빨갱이로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동료들은 요원들에게 종업원지주제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박정희 대통령과 이후락 부장의 서명한 것을 보여줬다. 다행이 요원들이 별 문제 없는 것으로 상부에 보고해 그 일은 잘 무마됐다. 박 회장은 "그 때는 참 무모할 만큼 앞뒤 안가리고 내 생각을 관철시키려 했다"며 "종업원지주제는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고 했다.

박 회장은 그 때 못 다한 종업원지주제를 KSS해운을 창업하면서 할 수 있었다. 박 회장은 "종업원이 회사의 주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종업원지주제의 기업이 내 꿈이었는데 어떻게 내 이상(理想)을 포기할 수 있겠어요? 종업원지주제를 도입한 회사는 당시 유한양행에 이어 KSS해운이 국내 두 번째였다"고 했다. 그럼에도 박 회장은 "아직까지 우리 회사가 종업원지주제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회사로 보기는 어렵다"고 아쉬워했다.

박 회장이 종업원지주제를 이상으로 여기는 것은 소유적 관점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의욕과 기업의 성과 등을 고려한 맥락이다. 박 회장은 "종업원이 회사 주식을 갖게 되면 주인이 되고 주인은 주인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율적으로 일을 한다"며 "일각에서 삐딱한 시각에서 볼 것이 아니라 실용성과 효율성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자본주의의 발전된 형태라는 의미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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