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MWh, 전년比 3.3% ↑
이례적 폭염에 냉방수요 폭증
OECD 평균요금보다 저렴한 탓도
"에너지 효율 낮고 소비 많은 구조"
전기요금 현실화 등 대책 세워야
'전력소비 감축' 역주행 하는 韓
폭염으로 에어컨 등 냉방기 가동이 증가함에 따라 지난해 한국의 1인당 전기 사용량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일본과 영국, 독일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수요관리의 고삐를 죄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한국전력공사의 '2018년도 한전 편람'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전기사용량은 10.2MWh(메가와트시)로 전년(9.9MWh)보다 3.3% 늘어났다. 최근 수년간 전기사용량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지난해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일본, 영국, 독일을 추월했다.
지난해 이례적 폭염으로 냉방수요가 늘여나면서 호당 사용량(Per Customer)은 가정용이 5.2MWh로 전년보다 4.8%, 공공서비스 부문은 22.3MWh로 전년 대비 1.4% 각각 증가했다. 산업용 생산부문은 제조업 침체 등의 영향으로 전년에 비해 0.6% 하락한 137.2MWh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1인당 전기사용량이 급증하는 이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전기요금을 꼽았다. 2017년도 기준으로 주거부문 전력요금의 경우 한국을 지수 100으로 놓고 볼 때 일본 208, 영국 189, 미국 118로 한국이 가장 쌌다. 산업부문에서도 일본 153, 영국 128, 미국 70으로 미국을 빼면 한국이 가장 저렴했다.
2019~2040년까지 에너지 정책 방향을 담은 3차 에너지기본계획도 공급중심 에너지정책에서 탈피해 수요관리를 강화해야 하며, 소비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국의 산업구조도 에너지 효율이 낮고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형태여서 산업부문의 전력 소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전체 전기사용량에서 산업용(55.7%)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정용(13.9%)의 4배 수준이었다.
최근 2차 에너지인 전기를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전기화현상(electrification)이 확산하고 있는 점도1인당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2018년 한전 자료와 다소 차이가 있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 2016년 데이터를 봐도 한국의 1인당 전기사용량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IEA '에너지 아틀라스'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연간 1인당 전기사용량은 10.6MWh로 대만(10.9MWh)과 가장 유사한 수준이다. 일본은 8MWh로 한국의 75.5%에 불과했다. 프랑스는 7.2MWh(67.9%), 독일은 7MWh(66%) 수준을 보였다. 영국은 5MWh로 47.2% 수준이었으며 중국은 4.3MWh로 한국의 40.6%에 불과했다. 북한은 불과 0.6MWh(5.7%)밖에 안됐다. 다만, 북유럽 국가들과 중동 일부 국가들, 캐나다(14.8MWh), 미국(12.8MWh)은 한국보다 1인당 전기사용량이 높았다.
한 에너지전문가는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저탄소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하면서 에너지 효율화 등을 통해 전력 소비를 감축하고 있는데 한국만 거꾸로 가고 있다"며 "전기요금 현실화와 소비 혁신이 병행돼야 하며 산업 부문 뿐 아니라 건물과 가정 등의 에너지효율성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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