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업계 '빅2' 엇갈린 행보
한타 2016년이후 독보적 투자
금타 1분기 11% 줄어든 193억
올들어 매출도 뒷걸음질 '희비'
한국타이어 제공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업계 1위 한국타이어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매년 연구개발(R&D)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반면 작년 중국 더블스타를 새 주인으로 맞은 금호타이어는 올해 R&D 비용을 크게 삭감했다. 그러면서 사업성이 떨어지는 완성차 업체의 입찰에 적극 참여해 전반적인 경영 실적 개선을 이뤄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제품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호타이어, R&D 비용 11% '뚝'…"돈 안 되는 사업도 입찰" =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올해 1분기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62% 감소한 193억원을 R&D 비용으로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가 각각 8.68%, 20.9%씩 늘린 490억원, 200억원을 지출한 것과 대비된다.
작년 7월 더블스타로 매각 이후 대주주가 단행한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안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호타이어는 작년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로부터 실적 개선을 위한 대규모 컨설팅을 받았다. 한국 본사는 물론, 공장, 중국, 미국, 유럽 등 세계 생산체계와 판매채널 등이 대상이었다. 매각 이전인 2017년까지 최근 3년간 쌓인 금호타이어의 적자는 1940억원에 달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어려울 때일수록 R&D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매각 이슈 등으로 여건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R&D 투자가 줄어들수록 앞으로 시장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혀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금호타이어가 올해 1분기까지 9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오기는 했지만, 현금창출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에비타(EBITDA)는 452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보다 16.49% 늘었다. 이는 매출 감소에도 영업활동으로 거둬들이는 현금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돈이 되지 않는 사업에 무리하게 진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금호타이어는 최근 현대자동차 쏠라티 리무진에 신차용 타이어(OE)를 단독 공급 중이라고 밝혔다. 각 타이어사에 현대차가 신규 개발을 의뢰했었지만, 타사들이 기술적인 문제로 개발에 난색을 표했다는 게 금호타이어 측 설명이었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쏠라티의 판매량을 고려할 때 새로 개발해 납품하더라도 돈이 되지 않아 국산 타이어 업체들이 시큰둥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작년 기준 쏠라티의 국내 판매는 795대다.
◇R&D의 '힘' 한국타이어의 독주…'좁혀지지 않는 격차' = 한국타이어는 경쟁사와 비교해 R&D 투자에 독보적이다. 매출에서부터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과 3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R&D 비용 역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두 업체의 R&D 비용을 모두 합쳐도 한국타이어에 미치지 못한다. 벌어들이는 돈에서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매출 대비 투자 비중은 한국타이어가 올해 1분기 2.99%로 가장 낮지만, 2016년 2.52%를 시작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중이다. 매출도 꾸준히 증가세에 있기 때문에 경쟁사가 절대적인 투자 액수로 따라잡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실제 넥센타이어는 올해 1분기 매출 대비 4%를 R&D 비용에 투자했지만, 금액으로 따지면 200억원에 그친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90% 증가한 금액이다. 금호타이어는 매출 대비 3.51%를 R&D에 투자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0.2%P(포인트) 늘어난 것이지만, 금호타이어는 올해 1분기 경쟁사와 달리 유일하게 매출이 뒷걸음질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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