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구세주'인 예수 그리스도가 생전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아람어'가 향후 5∼10년 내에 사라져 라틴어처럼 더는 일상생활에서 쓰이지 않게 될 위기에 처했다.
28일(다마스쿠스 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기원전 10세기 무렵 시작된 셈계(Semitic) 언어인 아람어는 유대, 시리아, 레바논 등 중동지역에서 널리 쓰였다. 특히 예수는 유대인이지만 생전에 히브리어보다는 아람어를 주로 썼다는 게 정설이다. 예수가 '회당장의 딸'을 살릴 때(마가복음 5장) 사용한 표현 '달리다 굼'(소녀야 일어나라)이 바로 아람어다. 아람어가 '예수의 언어'나 '신의 언어'로 불리는 이유다.
아람어와 그 파생어 사용 인구는 시간이 흐르며 크게 줄었지만 시리아 서부의 말룰라 등 초기 기독교도 정착지에선 아직도 일상에서 쓰이는 살아있는 언어다.
다마스쿠스 북쪽 바위산에 자리잡은 말룰라는 초기 기독교 수도원과 교회가 보존된, 시리아 기독교의 상징적 지역이다. 그러나 2011년 터진 시리아내전은 모든 것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2013년 지하드(이교도를 상대로 한 이슬람의 종교전쟁) 신봉자 등 수니파 반군이 말룰라를 장악하자 기독교 주민들은 정부군이 관할하는 수도 다마스쿠스쪽으로 달아났다. 반군 조직은 교회와 수도원의 성상과 성화를 파괴하고 약탈했다.
2014년 4월 시리아군이 말룰라 일대를 탈환했지만 6000명 주민 중 3분의 2는 아직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피란 생활을 마치고 몇년 만에 돌아온 아이들도 아람어를 거의 모른다.2006년에 설립된 아람어 교육센터도 전쟁으로 문을 닫았다.
말룰라의 아람어 연구자 조르주 자루르(62)에 따르면 말룰라 주민 중 80%가 아람어를 할 줄 모르며, 아랍어를 쓴다. 아람어를 할 줄 아는 나머지 20% 주민 대부분은 60세 이상 고령층이다. 말룰라 촌장 엘리아 탈랍(80)은 "우리는 2000년 넘게 그리스도의 언어를 유지했다"면서 "이제 우리는 지상에서 그말을 익히는 영광을 가진 마지막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말룰라에 있는 유일한 유치원에서 아람어를 가르치는 교사 앙투아네트 모크(64)는 "말룰라에서 아람어는 세대에서 세대로 전수된 고향의 말"이라면서 "후임자가 없어 일을 그만두고 은퇴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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